5년 만에 아워홈 한화그룹 품으로
단체급식 업계 ‘들썩’…점유율 변동 주시
범LG 급식물량 관건…“1위는 시간 문제”
한화그룹이 5년 만에 아워홈을 품에 안기면서 단체급식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자금 8700억원을 들여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함에 따라 업계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아워홈은 범LG가로 여겨지면서 다수 계열사의 단체급식을 맡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아워홈 경영권을 확보하며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했다. 지난 2020년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사업부문인 '푸디스트'를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VIG파트너스에 매각해 시장에서 철수한 지 5년 만이다.
앞서 한화호텔은 지난달 아워홈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 회장, 직계 비속 2명의 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시장에서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으로 평가된다.
한화호텔은 일차적으로 아워홈 지분 50.62%를 확보하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한 8.0%의 지분은 일정 기한 안에 제3자를 통해 추가 매수할 계획이다. 한화는 아워홈 지분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를 설립했다. 양수 계약일은 오는 4월 29일이다.
문제는 나머지 지분이다. 한화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게 되지만 여전히 차녀 구명진 씨(19.6%)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20.67%)이 보유한 지분 역시 절반 가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지분이 한화의 아워홈 경영에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우려했던 우선매수권 발동이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데 현재 아워홈 이사회 3인은 모두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인물인 데다, 4월까지 인수대금 8695억원을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빅딜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 부사장이다. 김동선 부사장은 식음료 사업 확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위한 실사에 직접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실사에는 아워홈 전국 모든 공장과 물류센터 등이 포함됐는데, 김 부사장은 전국 23개 사업장을 전부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현재 경기 안산·용인, 충북 음성·제천, 충남 계룡, 경북 구미 등에 총 9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웰스토리 다음으로 많은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2위 업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 이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지속된 고물가로 외식보다 단체급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하는 것은 현금창출력이 높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 자체는 낮지만 업황이 요동치는 업종이 아니라는 점은 장점이다. 김 부사장은 최근 식음료 사업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2023년 기준 6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과점 시장이다. 계열사나 친족기업 계열사의 단체급식 수의계약을 통해 성장해 왔다.
특히나 한화그룹이 영위하는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 소재 등의 사업은 단체급식을 수주하기 좋은 사업장들이다. 또 단체급식 사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관련 기술도 계열사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워홈이 전국 각지에 갖춘 급식사업장과 식자재유통망은 한화가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올 6월 기준 아워홈은 전국 850여개 사업장에서 하루 200만식을 제공하며, 전국 8개 생산시설과 14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약 1000억원에 매각했던 급식 및 식자재유통 사업을 5년여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아워홈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이은 업계 2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숨에 핵심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 계열사의 단체급식 입찰을 따낼 경우 추가 외형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이상 기후와 고물가로 식자재 부문의 리스크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실정인데, 이 같은 배경에서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의 수요가 커졌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올해도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 식자재 업계의 급식사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다만, 변수는 범(汎)LG일가의 급실물량 이탈이다. 아워홈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범LG가의 사내 급식물량을 따왔다. 한화 계열사 급식 수요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겠지만, LG계열 물량에는 못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아워홈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화 입장에서도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성패에 따라 타격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호텔이 매입하기로 한 아워홈 1주당 가격은 6만5000원인데, 이는 삼성이나 신세계푸드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인 데다, 인수대금 70%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범LG가의 급식물량이 업계 1위, 2위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범LG가 급식물량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한화그룹 수요까지 흡수한다면 사업자 1위로 올라설 수도 있겠지만, 범LG가 물량이 대거 빠진다면 2위 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황금알 낳는 급식업③] 높은 내부거래 비중 등 고리 끊기는 ‘과제’로>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