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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의 방패' 시작 전 초유의 오폭 사고…軍 '좌표 실수' 도마 위


입력 2025.03.07 00:40 수정 2025.03.07 00:40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오폭사고' 전투기 2대서 포탄 8발 비정상투하

오후까지 15명 부상…민가 등 7가구 부서져

軍 "1번기 좌표입력 잘못…좀 더 확인해야"

"조종사 실수로 단정 전 정확한 조사 필요"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폭탄 오발 사고 현장의 모습. ⓒ공동취재단

군 당국이 한미 전반기 군사연습인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돌입 전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사고는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 때문이라고 밝혔다.


15명이 다치고 교회 건물 등 민가 7가구가 부서진 사고가 조종사의 '단순 실수'인지 '허술한 훈련 통제·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군 "좌표 입력 실수"…조종사 과실 무게

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에는 표적 좌표 입력 실수가 원인으로 꼽히면서 조종사 과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공군·육군 관계자는 6일 전투기 오폭 사고 관련 언론브리핑을 통해 "훈련에 참여한 KF-16 2대에서 포탄 8발이 사격장 외부로 비정상 투하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조종사 진술 등으로 확인했다"며 "실사격 훈련을 할 때 원래 좌표를 입력하고 육안으로 식별하는 과정도 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실수한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중에서도 추가적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무장을 투하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격한 KF-16은 2대이며 MK-82 폭탄을 각 4발씩 탑재했다. MK-82 폭탄은 건물·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직경 8m·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든다. 폭탄 1개의 살상 반경은 축구장 1개 정도의 크기이다.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한다.


6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F-15K가 공대지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군에 따르면 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 중에 8발 모두 비정상으로 떨어뜨려 교회 건물 등 민가 7가구가 부서졌다. 공식 집계된 부상자의 수는 이날 오후까지 15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KF-16 2대가 동시에 오폭 사고를 일으킨 원인에 대해서는 "1번기가 좌표입력을 잘못했다"며 "2번기 조종사의 이어진 발사 부분은 공군이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의 기회 날린 오폭사고…'책임론' 고개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왼쪽)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왼쪽에서 두번째)이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폭탄 오발 사고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오폭 사태를 두고 조종사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실사격 훈련에 나서기 위해선 조종사는 비행 임무를 받은 뒤 폭탄 투하 표적 좌표를 미리 계산·입력해야 한다.


조종사는 미리 계산한 좌표값을 전투기에 탑승해 해당 기기에 장착하면 미리 입력해 둔 좌표가 전투기 내 설정된다.


이때 입력한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하고, 공중에서도 좌표를 다시 확인해야 하며, 투하 후에도 육안으로 식별해야 한다.


좌표 확인 과정은 모두 조종사가 단독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공군은 해당 조종사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봤다.


공군 관계자는 "(처음 주어진) 좌표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조종사가 입력을 잘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좌표 입력의 결과로 폭탄은 원래 표적지인 훈련장으로부터 약 8㎞ 떨어진 민가로 향했다.


전투기 역시 정상적 투하 시 비행했을 경로에서 벗어났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를 레이더상에서 관리는 하고 있었다"면서 "항공기가 임무 현장에 폭탄을 투하해야 하는데 투하하지 않아서 그때부터 폭탄을 찾기 시작했다. 항공기 관제에 대한 부분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6일 경기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민가에 포탄이 떨어져 마을 일대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조종사의 실수로 단정하기 전 훈련 통제·안전 관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을 따져보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기계적 오류나 결함이라기보단 조종사 과실이 있을 확률이 높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섣불리 단정 짓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입력했는지,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도 체크해야 한다"며 "숙련된 조종사일지라도 사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대의 전투기가 동시에 오폭 사고를 낸 원인'에 대해 묻자 최 교수는 "좌표를 조종사가 잘못 입력한 것도 큰 과실이지만, 지휘통제소의 정확한 지시와 확인이 있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신중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폭탄은 오전 10시 4분께 투하됐고 그 직후부터 폭발 사고 소식과 전투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이 잇따라 나왔다. 다만 공군은 약 100분이 지나서야 KF-16에 의한 오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지했다.


한편 다음 주 시작하는 FS를 앞두고 실사격 훈련 중 오폭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군은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소총 등을 포함한 모든 실사격 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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