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익스포저 1106억, 외담대 300억원 규모
협력업체에 최대 5억 신규 대출 등 금융 지원 나서
"원리금 회수 문제 없을 것…상황 예의주시"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에 돌입하면서 금융권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어음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부도 처리된 데 이어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의 손실 가능성이 줄줄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결제원 홈페이지 '당좌거래중지자' 목록에 홈플러스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에 주요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신한은행은 홈플러스의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 앞서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하면서 연체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좌예금계좌는 회사가 금융기관을 통해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좌로,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수표와 어음을 발행하면서 대금을 대신 지불한다.
은행이 당좌예금계좌 중지에 나서면 더 이상 수표나 어음을 발행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홈플러스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는 약 1조3462억원에 달한다.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약 1조2000여억원을 집행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은행권도 홈플러스에 1106억원을 대출했다.
5대 은행 중에는 KB국민은행이 54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289억원, 우리은행은 270억원 수준이다.
또 홈플러스에 입점한 납품업체들이 KB국민, 신한, 우리, IBK기업은행 등 은행권에 빌린 외담대 규모는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홈플러스가 대출 만기 내에 외담대를 상환하지 않으면 납품업체들이 자동으로 상환 압박을 받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에서는 정상적인 영업을 계속 하겠다고 하고, 은행권 대출액이 메리츠금융 대비 상대적으로 큰 규모가 아니여서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납품업체 등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가 더 확산될까 우려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주요 은행들은 홈플러스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 대상으로 최대 5억원 신규 대출은 물론, 금리우대 및 수수료 감면 등의 금융 지원에 나섰다.
4개점 대출만기 연장 여부 "아직 미정…4월쯤 윤곽 나올 것"
오는 8월 만기되는 홈플러스 영등포점, 금천점, 경기도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4개점 관련 대출 5800억원에 대한 만기연장 여부도 주목된다.
이들 4개점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는 이지스자산운용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인 이지스KORIF사모부동산투자신탁13호는 홈플러스 4개점을 지난 2012년에 매입한 후 임대해서 운용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이 펀드의 신탁업자로서 이지스자산운용의 운용지시에 따라 이 투자신탁 재산을 임대·운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 2022년 8월 체결한 대출약정에 따라 대주들로부터 원금 총 5800억원 대출을 조달하기로 약정했다. 이들 4개점이 담보자산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만큼 대출 만기가 연장될지는 아직 미정"이라면서도 "만기까지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지만, 4월쯤이면 어느 정도 만기 연장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