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가계대출 4.3조원 증가, 주담대는 5조 폭증
일부 시중은행 비대면 주담대 '일별 판매한도 소진'
"7월 DSR 3단계 앞두고, 막차 타기 수요 더 늘 수도"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특정시기 쏠림이나 중단없는 여신공급을 위해 월별·분기별 관리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계대출 감소세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시중은행들이 통상 연간으로 관리하던 대출 목표치를 자체적으로 일별 관리하며 최근 '대출 셧다운'(중단)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월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늘어 전월 9000억원 감소한 것과 달리 증가세로 전환했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지 한 달 만에 다시 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새해 금융권 가계대출이 본격 재개된 데다 신학기 이사 수요가 겹치며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압도적으로 컸다. 전월 대비 5조원 급증하며, 1월 증가폭(3조2000억원)과 비교해서도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지난달 금융위는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2025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 "월별, 분기별로 안분해 균형적으로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며 "금융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는 측면에서 대출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2021년에도 연말에 가계대출이 몰려 은행들이 갑자기 대출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2월이나 8~9월 이사철엔 조금 더 대출을 내주고 1월엔 좀 적게 내보내는 식으로 균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분을 은행권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한다"며 "시차를 갖고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니다"고 은행권을 압박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대출금리를 낮춘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최대 0.25%포인트(p) 인하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시중은행의 모바일 대출상품이 영업시간 개시 직후 바로 마감되고 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영업시간인 오전 9시가 되자마자 '일별 판매한도가 소진됐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조기 마감을 알렸다.
또 다른 비대면 주담대를 일별로 관리하는 인터넷은행 역시 늘어나는 대출 수요에 대출 신청 접수를 중단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주담대인 인터넷 대출의 경우 제한이 있지만, 창구에서 대출하는 건 크게 제한 제제가 없어 신청이 가능하다"면서 "대부분 시중 은행의 경우 온라인 대출을 한도없이 열어놓으면 관리하기가 어렵다보니 내부적으로 한도를 정해놓고 일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를 앞두고 막차 타기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와 관련해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처럼 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 신청 접수가 오전 9시 영업이 시작함과 동시에 한도가 마감된다는 소식들이 들리면서 대출을 받기 위한 예비 차주들의 조급함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은행들도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인 1~2%대 증가를 맞추기 위해 소극적인 대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