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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차익 노리는 사모펀드에 한숨 쉬는 유통가


입력 2025.03.19 06:25 수정 2025.03.19 06:25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사모펀드 기업 성장보다는 단기 수익 창출 급급

홈플러스 경영 실패 사례로…KT&G도 압박 지속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계산을 하고 있다.ⓒ데일리안DB

유통업계가 사모펀드(PEF)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통한 차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에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 홈플러스와 KT&G가 꼽힌다.


우선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후폭풍은 납품업체, 입점업체, 채권자, 소비자, 금융권, 부동산 업계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 코로나19 기간 오프라인 매출 감소 등의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MBK의 경영 실패가 크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해 당시 시장에서는 무리하게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알짜 점포를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았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갔다.


이렇다 보니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MBK의 경영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규모 및 시기, 지원 방안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아 정치적 압박 및 여론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동조합의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MBK 탐욕으로 인한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사재 출연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도 KT&G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보다 무리한 기업 흔들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FCP는 매년 10월경 KT&G에 서신을 보내거나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면서 명분을 쌓고 이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하는 전략을 반복해오고 있다.


실제로 FCP는 지난 2023년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및 배당 확대를 요구했으나 KT&G와 KGC간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으로 논란을 빚었고, 지난해에는 기업 운영과 무관한 이상현 FCP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으나 이후 이를 철회하며 ‘셀프 사외이사 추천’ 논란을 자초했다.


올해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정관 변경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KT&G는 이번 주총을 통해 ‘집중투표제에 따라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대표이사 사장과 그 외의 이사를 구분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 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FCP는 “KT&G 사장 선임 관련 정관변경안이 방경만 사장의 연임을 위한 것”이라며 “집중투표제의 본래 취지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KT&G는 최종적으로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장후보와 사내외이사의 통합집중투표로 대표이사 사장 선임이 부결될 경우 공정하고 독립된 선임절차에 따라 추천된 사장후보가 적시에 선임되지 못해 경영공백이 발생하고, 기업가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국내외 유력 기관투자자와 주요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이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수년째 지속되어온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개입과 단기적인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 확장 및 신사업 개발을 통해 장기적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4년 11월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발행주식총수(2023년 기준)의 20%를 소각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유 자사주 680만주(발행주식총수의 5.1%)의 소각을 완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차익을 우선하는 사모펀드의 투자 전략이 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위기에 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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