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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에서 ‘기묘한 이야기’까지…SNS·유튜브가 바꾼 OST 소비 공식 [OTT 시대 OST①]


입력 2025.03.21 08:43 수정 2025.03.21 08:4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SNS와 숏폼 콘텐츠의 확산, OST와 메시지와 분리되는 경향 나타나

OTT 시대 이전, 대중은 영화 및 드라마의 OST를 음반이나 음원으로 소비했다. 영화 흥행 후 OST 앨범이 발매됐고, 시간이 지나 음원 플랫폼 유통의 단계까지 확대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디가드'(The Bodyguard), '비긴어게인'(Begin Again), '어거스트 러시'(August Rush), '라라랜드'(La La Land) 같은 영화들이 있다. 영화 OST의 소비는 영화 흥행의 연장선상이었다.


ⓒ제프프 유튜브 캡쳐

하지만 OTT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런 흐름이 달라졌다. OTT 플랫폼들은 자체 OST 전략을 강화하면서 OST를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처럼 소비하게 했다.


'오징어 게임'의 '웨이 백 댄'(Way Back Then)은 단순한 배경음악의 위치를 넘어 시리즈의 아이콘이 됐다. 또 유튜브 크리에이터 제프프(JFF)가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장면을 모은 ‘얼음’ 영상은 뮤지컬풍 음악이 입혀져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성기훈의 절규와 희망찬 멜로디가 결합해 2개월이 지난 현재 조회수 1870만회를 돌파했다. 또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즌 4에서는 37년 전 나온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러닝 업 댓 힐'(Running Up That Hill)이 틱톡을 통해 재발견 및 역주행으로 빌보드 1위를 기록했다.


기존 드라마나 영화의 OST는 보통 극의 서사와 감정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특정 장면의 감동을 극대화하는 보조적 역할을 했다면, OTT의 OST는 독립적인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기묘한 이야기'의 '러닝 업 댓 힐'이나 '오징어 게임'의 '웨이 백 댄'이 어떻게 독립적 콘텐츠로 소비되는지는, 전통적 의미로 OST를 활용하는 디즈니플러스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완다비전'(WandaVision)의 '아가사 올 얼롱'(Agatha All Along)은 시리즈 내에서 주요 캐릭터의 정체를 드러내는 중요한 반전 장면에서 사용되었다. 이 곡은 원작의 맥락을 유지한 채 시청자들 사이에서 패러디와 리믹스 콘텐츠로 확산했고, 실제로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음원 자체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러닝 업 댓 힐'과 '웨이 백 댄'이 SNS에서 밈(meme)화되며 원작의 감정선이나 메시지와는 무관하게 사용된 것과 다르다.


OTT 시대에 접어들면서 OST의 역할이 달라진 배경에는 OTT 플랫폼의 '동시다발적 공개' 전략 덕분이 크다. 전 세계 시청자가 동시에 같은 콘텐츠를 접하며 음악이 글로벌 차트에 오르고, SNS나 숏폼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긍정적 효과는 OST가 영화나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 음악 자체의 완성도로 평가받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높였고, 콘텐츠와 상관없이 음악을 좋아하는 팬덤이 형성될 수도 있다.


반면 우려되는 지점도 존재한다. 음악이 콘텐츠보다 독립적으로 소비되면서 오히려 작품의 본래 의도나 메시지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기묘한 이야기'의 '러닝 업 댓 힐'은 원작에서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틱톡에서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며 음악 자체가 밈으로 소비됐다. 또한, '오징어 게임'의 '웨이 백 댄’ 역시 유머나 패러디 콘텐츠에 사용되며, 원작의 긴장감이나 사회적 메시지와는 동떨어진 인식을 만들기도 했다.


한 음악 업계 관계자는 "OTT 플랫폼들이 바이럴을 목적으로 한 음악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면서 음악이 단순히 마케팅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지나친 바이럴 마케팅은 작품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콘텐츠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시청자에게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특히 이러한 전략이 기존 음악 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해, 음악의 예술적 가치보다 상업적 목적이 우선시되는 흐름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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