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尹 석방' 헌재 '韓 선고'…민주당 당혹
이재명 "尹선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지연"
민주주의 보루라더니 "헌재 정치적" 주장도
"최상목이 헌법 능멸"…30번째 탄핵 해냈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더불어민주당의 예상을 모두 깨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석방 결정을 시작으로 헌재가 윤 대통령보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먼저 지정하면서 '2연타'를 맞았다.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헌재를 향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고 독려하던 것과 달리,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나왔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단식농성 13일차에 접어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찾아 "대체적으로 저번주 정도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종결될 거라고 예측했다"면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이) 너무 지연되고 있어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더 늦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오는 26일 예정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 받을 경우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윤 대통령 탄핵 이슈를 뒤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즉각 헌재 압박에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가 오는 24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며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한 윤 대통령은 선고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는데 한 총리 먼저 선고를 한다니 이를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라고 헌재를 꾸짖었다.
당내에선 '헌재 정보력 부족'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핵심 의원들에게 탄핵심판과 관련한 헌재 내부 정보의 부족을 알리며 정보 수집을 독려했다고 한다.
헌재의 장고가 거듭되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핀잔도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 대표 선거법 위반 항소심 이후여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헌재가 끌려다니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덕수 선고 이후 정치적 좌고우면으로 헌재의 신뢰에 씼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선고 지연의 오류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한 총리는 윤 대통령 뒤에 탄핵소추가 발의됐기 때문에 뒤에 선고하는 것이 원칙에 맞는데 이것조차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헌재가 국민의힘이나 보수 측에서 주장하는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궤변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며 "헌재가 너무 정치적이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은 헌재를 향한 지도부 일각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개인적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정치적이라는 주장은) 일부 최고위원이 한 말"이라며 "당 차원에서는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민주당은 헌재가 한 총리 선고기일을 지정한 바로 이튿날인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강경책을 펼쳤다. 이로써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들어 '30번째' 탄핵 시도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탄핵 사유는 △12·3 비상계엄 내란 공범 혐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미임명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 거부 등이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회 의안과에 최 대행 탄핵안을 접수한 뒤 기자들과 만나 "헌재 판단을 행정부가 대놓고 무시하고, 헌재를 능멸하고 있는 행위를 국회가 바로잡기 위해서 탄핵안을 제출하는 것"이라며 "헌재 판결을 능멸하는 것은 헌법 자체를 능멸하는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과 능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30번째' 탄핵안 발의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당내 비판도 나왔다. 야권 내 대권잠룡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실익은 적고, 국민 불안은 가중되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이미 지난 탄핵 건들은 줄줄이 기각돼 부정적 여론이 높다. 무리한 탄핵 추진은 국민 신뢰를 잃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민주당은 깊이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장외 여론전에 당력을 총동원할 전망이다. 김성회 대변인은 "(윤 대통령 파면 선고 지연에)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주말 집회에) 당차원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겠다고 했고, 시민들도 더 많이, 다 함께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