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전 5이닝 8피안타 6실점 기록하며 데뷔전 승리
다만 고졸 신인이 투구수 122개, 당연히 혹사 우려
키움 히어로즈의 고졸 신인 투수 정현우(18)가 KBO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정현우는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피안타 7사사구 4탈삼진 6실점(4자책)을 기록, 팀의 17-10 승리에 기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의 데뷔전 선발승. 또한 히어로즈 구단에서는 2014년 하영민 이후 두 번째 이뤄진 쾌거였다. 하지만 박수 받아 마땅한 정현우의 선발승에 대해 팬들은 축하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소화한 투구수가 무려 122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고졸 신인 투수의 데뷔전 최다 투구수 기록은 1991년 롯데 김태형의 135개, 그리고 1998년 현대 김수경의 120개 순이다. 정현우는 김수경을 제치고 이 부문 역대 2위로 올라섰다.
덕수고를 졸업한 정현우는 지난해 치러진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직구에 주무기인 포크볼,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지니고 있어 지명 당시부터 완성형 선발 요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 역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지명한 전체 1번 선수를 에이스로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홍원기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현우를 4선발로 낙점, 외국인 투수가 1명 밖에 없는 팀 로테이션의 한 축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현우는 데뷔전에서 너무 많은 공을 던지며 ‘혹사’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정현우는 4회까지 93개를 던졌고 5피안타 4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팀이 11-4로 크게 앞서 5회까지 소화했을 경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교체가 예상됐다.
하지만 정현우는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구위가 떨어진 상황에서 3피안타 1볼넷을 내주며 2점을 더 헌납, 겨우 5회를 채울 수 있었다.
시즌 첫 등판 및 개막 후 2~3경기까지는 몸이 덜 풀린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수들이 투구수 조절에 들어간다. 특히 정현우와 같은 신인 투수라면 의욕이 앞설 수 있기 때문에 더그아웃에서 관리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키움은 어떻게든 1이닝을 더 채워 정현우의 선발승을 챙겨주려는 의지를 내비쳤고, 그 결과 122개라는 믿기 어려운 투구 수가 승리 투수 뒤 그림자로 남았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더라도 혹사에 노출돼 쓰러져간 유망주들이 상당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이제는 KBO리그에서도 젊은 투수들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를 해주고 있다. 과연 정현우의 122개 투구수가 기념비적인 데뷔승을 안겨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지, 아니면 혹사의 시작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