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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에 망 사용료 왜 내야하나?"… 美, 韓 디지털 규제에 ‘역차별’ 프레임


입력 2025.04.02 11:23 수정 2025.04.02 11:24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USTR, NTE 보고서 '역차별·반경쟁적' 논란

ISP-CP 망 사용료 갈등…"해외 CP만 적용 아냐"

해외 기업 길 터주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 개편, 외국인 투자 확대도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한국 등에 무역 장벽을 상술한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 보고서)’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망 사용료 지불,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등이 불공정한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산업계는 한·미 통상마찰로 확전되는 것은 경계하면서도 공정한 통신-인터넷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USTR가 내놓은 NTE 보고서에서 통신·인터넷·콘텐츠업계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자(CP) 망 사용료 부과 ▲공공 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진입 장벽 ▲외국인 통신·방송 투자 지분 제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망 사용료 문제는 툭 튀어나온 이슈가 아니라 2022년부터 4년째 USTR이 제기하는 문제다. ISP-해외 CP간 줄다리기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망 사용료' 항목에서 "2021년 이후 외국 CP가 한국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일부 한국 ISP는 CP이기도 해 미국 CP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이러한 의무는 한국의 3대 ISP(SK텔레콤·KT·LG유플러스) 과점을 더욱 강화해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치는 반경쟁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여러 차례 한국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21대·22대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거나,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촉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USTR은 이 같은 국내 법안은 미국 기업에 불리하고, 한국 통신사 과점만 강화한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대주주인 SK스퀘어가 OTT 플랫폼인 웨이브를 두고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사용료가 한국 경쟁사(ISP+CP)에 흘러가 역차별, 반경쟁적이라는 주장이다.


USTR이 3월 31일(현지시간) 발간한 'FOREIGN TRADE BARRIERS' 보고서 갭처.

ISP 3사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급성장으로 망을 오가는 트래픽이 늘자 망 사용료를 운영 주체인 구글, 넷플릭스도 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하루 평균 트래픽 비중은 구글 30.55%, 넷플릭스 6.94%, 메타 5.06%로 이들 3사의 비중이 절반(42.55%)에 가깝다. 이들 CP는 막대한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주체인만큼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ISP측 입장이다.


망 사용료 갈등이 심화되면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소송전까지 치렀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을 근거로 맞섰다. 망중립성은 ISP가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차별 없이 전송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결국 2023년 인터넷(IP)TV 콘텐츠 제휴 방식으로 양사 갈등이 봉합되기는 했지만, 업계 전반의 합의로는 확대되지 않았다.


국회도 CP들의 망 사용료 지불에 힘을 싣고 있다.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해민 의원은 자신의 SNS에 '美 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가 '망 이용계약 공정화' 입법에 장벽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망 제공자가 경쟁자일수도 있다는 것이 정당한 망 이용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계약 당사자가 경쟁자이든 아니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비용이 발생한다면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시장의 기본 질서"라며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메타, 디즈니플러스 등 많은 CP들은 다양한 형태로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논의중인 법안이 해외 CP에게만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도 망 사용료 부과는 해외 특정 업체가 아니라 국내외 CP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반경쟁적, 역차별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안은 CP와 ISP간 망 이용 계약 체결에 대해서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취지"라며 망 이용 관련 협상은 형평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추진하는 법안은 EU에서도 추진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법안과 유사한 것으로, 사업자간 협상 구조를 투명하고 공정한 상업적 협상 환경 조성하는 차원으로 인터넷 근본적인 운영 방식과 다르지 않아 미국에서 우려하는 갈등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인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로고 사진. ⓒAP/뉴시스

이번 보고서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직전 나온 것인만큼 업계는 양측 규제 갈등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것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쌓인 ISP-CP 갈등도 종식시켜야 하므로,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되 국내외 사업자 간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디지털 주권과 공정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망 사용료 이슈 외에도 USTR가 국내 공공 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진입 장벽, 외국인 통신·방송 투자 지분 제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를 다루고 있는만큼 이들 이슈는 한동안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에 대해 보고서는 "매우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고 CSAP는 한국 공공 부문에 판매를 원하는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에게 상당한 장벽을 만든다. CSP는 또한 국정원(NIS) 인증 암호와 알고리즘(ARIA, SEED)만 사용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의 상업적 진입을 제한하는 CSAP를 국제 표준에 맞게 개편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존·구글 등은 한국 정부가 약 1조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공공 부문 클라우드 확산 프로젝트 참여를 타진중으로, 현 CSAP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방송·통신 영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 확대도 요구했다. '투자 장벽'이라는 항목에서 보고서는 "한국은 통신 및 방송 미디어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 다양한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도 문제 삼았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된 법안으로,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다.


입점업체에 불리한 계약 강제 금지, 자사 상품 우선노출 금지 등을 다루고 있어 '갑질 플랫폼' 견제책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는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글로벌 빅테크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돼있다.


'경쟁 정책' 항목에서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를 포함해 글로벌 및 국내 매출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들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들을 검토했다"면서 "한국 시장에서 활동 중인 다수의 미국계 대형 기업들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대형 기업 두 곳(네이버, 카카오)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 다수의 주요 한국 기업들과 외국 기업들은 제외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다 신중하고 숙고된 접근을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주요 한국 기업들과 (중국 등) 외국 기업들은 제외'된다는 언급은 구글, 애플 등 미 기업에게는 법 잣대를 적용하는 반면 한국과 중국 주요 플랫폼은 제외해 차별적이라는 주장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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