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민의힘 당 지도부 예방 후
분수대 앞에 서서 대선 출마 공식 선언
현충원·노량진수산시장·마포포럼 등
빠듯하게 보수 결집·민생 행보 소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대표직 사퇴 후 지지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국회로 돌아와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선언 후에는 현충원, 노량진 수산시장, 마포포럼 등 보수 결집과 민생을 챙기기 위한 일정을 차례로 소화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
한동훈 전 대표는 10일 국회를 방문해 출마 선언에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데 책임지기 위해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후 4개월 만에 방문이다.
이날 한 전 대표의 출마선언문을 받은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한 전 대표가 보수의 자산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며 "법무부 장관 시절 법치주의 및 공정가치 회복에 크게 이바지했고, 지난 총선 때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이후에는 당대표로서 당을 이끌어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한 전 대표를 맞이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큰 뜻을 품은만큼 본인 뜻이 이뤄지길 기원한다"며 응원했다.
지도부 예방 후 한 전 대표는 국회 분수대 앞에 서서 21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40분 동안 목이 갈라질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설하며, 정치·경제·복지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자신의 비전을 결의에 찬 목소리로 제시했다.
한 전 대표는 "나 한동훈은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사람만 바꾸며 적대적 공생을 해온 구시대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제·산업·문화의 중심인 거점도시를 토대로 한 5대 메가폴리스 구축 △근로소득세 인하 및 물가안정으로 실소득 상향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 △다음 대선과 총선 동시 실시 △미래성장 2개년 계획 및 미래전략부 신설 △복지 구조조정 및 한평생복지계좌 구축 후 복지 혜택 직접 통합 관리 △핵잠재력·핵추진잠수함 등 확보를 통한 강력한 안보 체계 구축 △국민연금 재논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개헌 문제와 관련해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를 약속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시작과 끝을 맞추기 위해 다음 대선과 총선 동시 실시를 꺼내들었다.
한 전 대표는 "변화에 적응하려면 개혁적이고 유연한 인물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일상의 삶에서 변화를 경험하고 미래의 방향과 문제의식까지 읽어낼 수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나 한동훈이 바로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하면서는 "여덟 명의 헌법재판관들은 모두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구체적으로 준엄하게 비판했다. 30번의 탄핵소추와 41건의 단독 입법처리로 협치를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로 그 사람이 대통령이 돼 입법·행정·사법을 움켜쥔 독재 정권을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포부를 밝힌 후에는 곧장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해 현충탑에 참배했다. 이후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으며 민생 행보에 돌입했다. 현장에서 한 전 대표는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상인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며, 건의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수첩을 꺼내들고 메모를 하기도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은 한 전 대표에게 최근 경기가 너무 좋지 못하다고 호소하며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 확대, 이른바 '김영란법'인 청탁금지법상 식사비 가액 한도 상향, 정부 지원 예산 확대, 노량진 수산시장 전용 어플 개발 등을 요청했다.
한 전 대표는 "우리가 돕겠다. 잘 해보겠다"고 답하며 "오늘 출마선언하고 여기 제일 처음 왔다. 중산층 시대를 만들겠다 했는데 이런 구체적인 부분들을 들을 수 있는 게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는 70여 명 이상의 전직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마포포럼에 참석했다.
마포포럼 공동대표 김무성 전 의원은 한 전 대표를 환영하며 "한 전 대표가 오해를 많이 받고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속시원하게 한 말씀 해달라"고 운을 뗐다. 친윤(친윤석열) 강성 보수층이 만든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 속에서 고초를 겪는 한 전 대표에게 해명의 기회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김 전 의원 만나서 많이 말씀 나눴는데, 대단히 어려운 시기에 나라 잘되게 하고 싶다. 내가 몇 달 돌아보니 부족한 게 참 많더라"라며 "맞는 길을 가더라도 조금 더 잘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그게 내가 부족한 점이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또 내 나름대로 판단을 한 것이고 부족할 수 있다"며 "그 부족한 부분들을 지적해 달라. 내가 충분히 (지적들을) 받고 계속 반성하고 필요한 일들을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 목숨 걸고 해보려고 한다"며 "확신이 있고 끝까지 해보려 한다. 부족한 부분 많다는 것 알고 있다. 보완해야 이기는 것도 안다. 배우면서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에는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나 "국민 먼저 생각하면서 정치하겠단 결의로 나왔고 오늘이 그 첫날"이라며 "이 마음 갖고 끝까지 가겠다. 지켜봐 달라. 좋은 나라 만들겠다"고 각오를 한 번 더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