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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몸집 키우는 中…우리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입력 2025.04.14 14:11 수정 2025.04.14 14:20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기술 수출 및 임상에서 급성장 기록한 중국

3320억 달러 규모 시장, 국내 협력 늘어

국내 제약·바이오 경쟁력 하락 우려도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기술 이전 및 임상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AI 이미지.

중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이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활발한 기술 거래와 임상 활동량을 근거로 중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 기업에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대목이다.


14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70건 이상의 글로벌 M&A 또는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거래 73건 중 해외 기업이 중국의 기술을 도입하는 아웃 바운드 거래가 71건에 달했다.


글로벌 빅파마 로슈는 올해 초 중국의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로부터 폐암 신약 후보물질을 10억 달러(약 1조4600억원)에 사들였다. 미국의 MSD(머크)도 지난해 12월 중국 한소제약으로부터 경구용 GLP-1 신약 후보물질을 20억 달러(약 2조9200억원)에 도입했다.


지난해 세계 10대 글로벌 빅파마가 5000만 달러가 넘는 선급금을 주고 사들인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중국산 비율은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중국 제약·바이오 글로벌 경쟁력이 증가하고 있는 기반엔 활발한 ‘임상’이 있다는 평가다. 아이큐비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글로벌 전체 임상 개시의 30%에 해당하는 1669건을 담당했다. 1920건을 실시한 미국의 기록과도 근접하다.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임상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중국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전략 신흥 산업으로 정하고 임상 절차 간소화와 같은 규제 완화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국내의 글로벌 임상 개시 점유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 제약·바이오는 효능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임상 3상에서 머크의 ‘키트루다’ 대비 뛰어난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을 보여준 폐암 항암제 ‘이보네시맙’ 또한 중국의 제약사 아케소가 개발한 후보물질이다.


중국 견제로 인한 이익 기대…경쟁력 약화 우려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은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3320억 달러(약 4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커지며 국내 기업들 또한 활발한 기술 이전 및 협력을 모색할 여지가 커졌다.


지난 3월 아리바이오는 중국 제약사와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독점 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약 1조200억원으로 선급금 1200억원을 포함해 향후 판매 로열티로 9000억원을 수령하게 된다. 아리바이오는 중국 제약사의 요청으로 구체적인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FDA 허가 도전도 국내 기업과 중국 제약사가 협력하는 대표 사례다. HLB는 중국의 항서제약과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미국 FDA 허가 신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항서제약의 R&D 파이프라인 규모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기준 8위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미국 내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상원의 신흥 바이오테크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향후 3년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중국에게 추월 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의 관세 전쟁이 고조되며 지난해 불발된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다시 논의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생물보안법은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업체와 2032년부터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만약 생물보안법이 발효돼 미국 내 중국 바이오 업체의 거래가 제한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CDMO 기업이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으로 인한 ‘위기’도 분명하다. 중국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을 때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점유율 및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부터 기술 수출 및 거래 규모에 있어서 중국 바이오 성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기술 이전 없는 자체 자금 조달만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은 더욱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며 이제는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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