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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일베 악연 '김용민'에서 시작됐다


입력 2013.05.29 08:45 수정 2013.05.29 10:02        조성완 기자

김용민 막말 사건때 과거 행적 집중 해부로 급부상

'문재인 고가 의자' 터뜨리자 민주당 전면전 선포

대한민국 ‘입법’의 중심인 여의도 국회에 기묘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의원 127명을 거느린 거대 정당이 한 인터넷사이트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 ‘일간베스트(일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민주당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신경민 최고위원은 최근 “극약처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수준까지 갔다”며 일베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일베도 ‘올테면 와라’는 식으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양측의 충돌은 급기야 ‘표현의 자유’ 논란까지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민주당과 일베는 도대체 왜, 언제부터 견원지간이 된걸까?

‘나는 꼼수다’ 김용민 막말 논란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일베, 갈등의 시작

민주당과 일베 간 충돌의 출발점은 지난 19대 총선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일베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유머사이트 중 하나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만 이름이 오르내리던 곳이었다.

19대 총선 막판, 당시 서울 노원갑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멤버 김용민 씨의 ‘성희롱’ 발언이 터졌다. 이어 여성 비하, 노인 비하, 국군장병 비하까지 터지면서 선거의 전반적인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김 씨의 막말 파문이 연이어 터진 배경에는 일베가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 씨의 최초 막말이 터진 이후 일베에서는 김 씨의 과거 행적에 대해 집중적인 해부 작업이 시작됐다. 일베 회원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김 씨의 막말이 연이어 보도되는 것을 두고 “연타석 홈런”, “사(死)홈런” 등의 비유를 사용하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나꼼수의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물려받은 노원갑에서 ‘낙선’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더불어 민주당도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과반을 넘기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결과가 연출됐다. 사실상 ‘총선 패배’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쥔 한명숙 전 대표도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택했다.

최근 인터넷 유머사이트 일베저장소에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전라도 비하, 여성 비하 등의 게시글로 비난이 계속되자 운영진의 입장을 밝히는 공지글이게재됐다. 일베저장소 화면 캡처.

‘고가 의자’로 시작된 문재인 명품 검증, 민주당 전면전 선포

1차전이 사실상 일베의 승리, 민주당의 패배로 막을 내리자마자 곧바로 2차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연말 실시된 18대 대통령 선거가 그 무대였다.

2차전의 첫 신호탄은 뜬금없는 ‘고가 의자’ 논란이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첫 TV광고 제목을 ‘출정식’으로 결정하고 대선운동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광고가 나간 지 채 하루도 되기 전에 고가의 명품 의자 논란에 휘말렸다.

광고 내에서 문 후보가 앉아있는 의자를 두고 “최대 9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명품 의자”라는 주장이 일베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후에도 문 후보의 안경, 패딩점퍼를 두고 고가 논란이 연이어 제기됐고, ‘서민 대통령’을 내세웠던 문 후보는 시작부터 타격을 받았다.

진성준 당시 문재인캠프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일베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저질적 공작이 아닌지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조직적인 공작이 아닌지 의심스럽고 이 문제 대해 우리 캠프는 예의 주시하면서 진상을 파악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베도 “일베가 제1야당이 두려워할 만큼 성장했다는 신호냐”, “대형마트가 골목상점 협박하는 수준”의 반응을 보이며 맞불을 놨다. 이후에도 문 후보의 다운계약서, 신생아실 사진 촬영 논란 등 끊임없이 공세를 가하며, 민주당과 대선 기간 내내 수시로 충돌했다.

결국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고, 민주당은 총선에 이어 한번 더 고배를 마시게 됐다.

갈등의 고조, 5·18 민주화 운동, 전라도 비하 발언 두고 정면충돌

대선 이후 한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양 측은 최근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민주당이 5·18 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게시물 등을 올린 일베의 폐쇄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에서 “일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법적 대응 배경을 설명했다. 박범계 민주당 5·18대책위 부위원장도 “도를 넘어도 한창 넘었기 때문에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의원 지지를 선언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도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우반인륜적 사상을 퍼뜨리고 역사와 사실을 조작하면서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일베에 광고를 하고 있는 기업과 병원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 교수의 주장 이후 모든 광고가 끊기자 일베 운영진은 같은 날 공지글을 통해 “본의 아니게 오늘 10시간만에 모든 광고가 중단 됐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기회로 삼겠다”며 “걱정해주시는 이용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광고가 있어도 없어도 일베는 항상 그 자리에서 이용자분들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일베 회원들도 댓글을 통해 “시련은 일베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일베야, 아프지 마”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일베 운영비 마련을 위한 모금 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일베, 양 측의 충돌이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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