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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갑이오" 카드사 VS 밴사 "밥그릇 싸움에…"


입력 2014.08.19 15:45 수정 2014.10.02 17:57        윤정선 기자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위해 밴 수수료 개선 선행돼야

밴사, 가맹점 수수료와 밴사는 무관…"카드사와 가맹점 문제"

대형가맹점 끼면서 카드사-밴사 계약관계 왜곡

신용카드 수수료 구성 ⓒ한국은행

갑을 관계인 카드사와 밴(VAN)사의 계약관계가 왜곡돼 애먼 영세가맹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해선 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카드사와 밴사의 입장은 상반된다. 카드사는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얹어주는 밴사의 영업행태를 뜯어고쳐야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밴사는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가맹점 수수료는 밴사와 무관하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결제로 발생하는 밴 수수료 중 27.2%는 가맹점 지급 리베이트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리베이트를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밴 수수료를 현행보다 3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밴사 수익 및 비용 구조(삼일PWC 자료 재구성) ⓒ한국은행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맹점 카드 단말기 설치, 결제승인, 전표매입 대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카드결제에 필요한 실질적인 업무를 밴사가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대신 카드사는 이 같은 업무를 대행한 대가로 밴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대개 결제 건당 113원 정도다. 밴 수수료는 카드사가 가맹점으로 받은 수수료(2% 내외)에서 나간다. 결과적으로 밴 수수료를 지급하는 주체는 가맹점이다.

하지만 계약주체가 다르다. '밴 수수료'는 카드사와 밴사가 계약을 맺고 책정한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맺은 계약으로 체결된다.

결국,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밴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가맹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또 밴사의 영업행태를 들여다보면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겉으로 카드사가 밴사를 선택하는 '갑'인 것 같지만, 현실은 '을'에 더 가깝다.

밴사는 결제가 많이 일어나는 대형가맹점과 계약을 맺어 카드사와 수수료 계약에서 우위를 선점한다. 이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가 시장 자율에 맡겨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카드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수수료로 밴사와 계약을 체결한다.

밴사는 이를 노리고 카드사와 계약관계에 앞서 웃돈을 주더라도 대형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한다. 밴사의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형가맹점에 쥐여 준 돈을 메우기 위해 영세가맹점을 포함한 전체 가맹점 수수료가 높아지는 꼴이다.

카드사의 밴 수수료 지출 규모(금융감독원 자료 재구성) ⓒ한국은행

실제 지난 2007년 카드사의 밴 수수료 지출 규모는 가맹점 수수료 대비 6.7%였다. 하지만 해마다 마이너스 없이 늘어 11.2%까지 뛰었다. 과거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로 1000만원을 챙겨 이중 밴사에 67만원만 떼어 주면 됐지만, 지금은 두 배에 가까운 112만원을 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가맹점이 계약을 맺을 때 밴 수수료를 포함해 적격비용을 따진다"면서 "밴 수수료가 높은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만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카드사는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낮춘 상황"이라며 "여기서 더 합리적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조정되려면 밴사 리베이트를 없애고 수수료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밴사는 가맹점 수수료와 밴 수수료는 다른 개념이라며 맞받아쳤다.

밴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밴사는 가맹점이 아닌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밴 수수료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출 수 없다는 카드사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리베이트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밴사의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을인 밴사 입장에서 카드사와 협상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또 카드사와 밴사의 수수료 갈등 이면에는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지급수단의 변화도 한몫했다. 평균결제금액의 감소다.

체크카드 평균결제금액(여신금융협회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1월 기준 체크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3만7867원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6월 평균결제금액은 2만4910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1000원짜리 물건을 사더라도 카드로 결제하는 건수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가맹점 수수료에서 밴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카드사가 밴 수수료 체계 개편에 목메는 또 다른 이유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리베이트 근절

결국 밴사의 리베이트가 가맹점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인하 문제는 리베이트 근절 문제와 직결돼 있다.

윤태길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과장은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가 집중되면서 사실상 중소가맹점에 수수료 차별을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밴사가 가맹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규상 대형가맹점이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제출돼 심의 중이다. 개정안을 보면 대형가맹점은 밴사로부터 부당하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

아울러 카드업계는 밴사의 왜곡된 영업구조를 손본다는 구상이다. 리베이트가 아닌 가격 인하로 밴사 간 경쟁을 유도해 최종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해선 리베이트 비용이 상당수 포함된 밴 수수료 체계를 먼저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밴 수수료가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되지 않아 수수료 체계가 왜곡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책정하는 적격비용에 밴 수수료가 포함돼 리베이트도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베이트가 사라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기 위해선 밴 수수료가 카드사와 밴사가 결정하는 게 아닌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리베이트를 없애고 가맹점이 소비자가 돼 밴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가맹점이 계약자가 되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를 위해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해 가맹점이 밴사와 협의한 경우 밴 수수료를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이 밴 수수료를 낮춰 오면 가맹점 수수료도 깎아 준다는 것이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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