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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정보유출 1년 "우리는 오차장을 떠나보내야 했다"


입력 2014.12.27 15:07 수정 2014.12.27 15:12        윤정선 기자

언론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 퍼져 국민 불안감 커져 아쉬워

정보유출 이후 IT·보안 분야 기피하는 부서로 낙인

카드 3사 "사고 아닌 사건, 우리의 잘못 가장 커"

사진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 KCB 직원 박모 씨(왼쪽)가 지난 2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그 이후 내가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왔다."

드라마 미생 속 오상식 차장이 내뱉은 말이 아니다. 카드사에서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최고 전문가의 꿈을 키워오던 한 차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연초 전 국민을 집단 '멘붕'에 빠뜨렸던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당시 국민카드와 농협카드, 롯데카드 최고경영자(CEO) 모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외에도 이름 없는 수많은 카드 3사 직원이 책임을 지고 일터를 떠나거나 자리를 옮겨야 했다. "억울하기도 했다. 외주 직원이 저지른 일 때문에 내가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따지고도 싶었다"며 카드사 한 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렸다.

누구보다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낸 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카드사 정보유출이 금융권에 남긴 흔적을 되짚어봤다.

수많은 오상식 차장을 내보낸 정보유출 여론재판

익명을 요구한 국민카드 고위 관계자는 정보유출 사태로 영업정지 3개월 제재를 받은 것에 대해 "여론재판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국민적 불안감을 키운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신속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근거 없이 '2차 피해가 확인됐다'는 식의 보도로 오히려 카드 이용자의 불안감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당시 (유출로) 2차 피해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사실이었다"면서 "하지만 일부 확인되지 않은 (2차 피해가 발생했다는) 기사로 소비자 불안을 불러일으켰고, 카드 재발급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안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데 많은 역량을 쏟아야 했는데 근거 없는 사실로 불필요한 업무가 더 늘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유출된 정보가 복제됐다거나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며 "어찌 보면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옷을 벗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사진은 지난 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김상득 전 KCB 사장(왼쪽부터)과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 이신형 전 농협카드, 심재오 전 국민카드 사장의 모습. 이들 모두 정보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데일리안

정보유출로 심재오 전 국민카드 사장과 손경익 전 농협카드 분사장,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은 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들 모두 제재와 책임을 묻기 전 여론에 떠밀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보유출 계기로 IT 보안 강화?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보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협카드 한 관계자는 "많은 직원이 IT나 보안업무를 맡고 싶지 않아 한다"면서 "정보유출 사태 이후 더욱 꺼리는 '기피부서'가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IT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이 직종 종사자를 보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책임만 따져 묻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앞으로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임기가 2년 이상으로 보장된다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CISO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뚜렷하게 명시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일정 수준 이상의 보안을 요구하는 것 외에도 면책조항을 명확히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상황은 면책조항에 대한 언급 없이 포괄적으로 규정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재만 가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비싼 수업료 지불했다…고객 정보보호 최선 다할 것

카드 3사 모두 정보유출 사태의 원인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의 일탈이 아닌 자신들의 부주의라고 입을 모았다.

10여년 카드사에 근무하며 FDS 전문가를 꿈꿨던 A차장은 연말 인사에서 타 부서로 이동을 예고 받은 상황이다. 그는 "(정보유출 시기에) 관련 부서에 있었는데 내가 어찌할 말이 있겠느냐"며 "이제 여러 가지로 (조직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한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고객 정보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우리는 정보유출 사태를 되돌아보며 아쉬웠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며 "우리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분명 문제가 있었고, 그게 이번 정보유출로 드러난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를 돌며 정보를 빼낸 KCB 전 직원 박모(39 남)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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