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와 더’ 첼시 선택 옳은가
첼시, 테리와 1년 계약 연장에 최종 합의
공헌도 인정, 노쇠화 따른 기량 하락 고민
첼시의 레전드 수비수 존 테리가 소속팀과 극적인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
첼시 구단은 18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테리와 재계약 사실을 알렸다. 첼시와 1년간 계약을 연장한 테리는 다음 시즌까지 첼시 선수로 남게 됐다.
계약 체결 후 테리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재계약을 체결해 기쁘다. 내가 영원한 첼시맨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테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첼시의 레전드이자 구단 역사상 몇 안 되는 원클럽맨이다. 테리는 14세에 웨스트햄을 떠나 첼시 유소년팀에 입단한 이후 1998년 컵대회를 통해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이후 테리는 무려 18년간 첼시와 프리미어리그를 상징하는 수비수로 군림했다.
테리는 첼시 소속으로만 무려 703경기를 출전했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2011-12) 1회,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등 각종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만 14회나 들어올렸다. 또한 500경기 이상을 주장 완장을 달고 출전했다. 맨유 라이언 긱스, 리버풀 스티븐 제라드가 더불어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캡틴의 상징이 바로 존 테리였다.
비록 한 때 사생활 면에서 엽기적인 불륜 스캔들 등으로 체면을 구기기도 했지만 적어도 경기장 안팎에서는 뛰어난 리더십과 팀에 대한 헌신으로 축구선수로서 나무랄 데 없는 경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현지에서는 올 시즌을 끝으로 테리가 첼시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첼시는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주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이 가운데 테리 역시 최근 기량이 많이 하락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노쇠화에 대한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테리는 시즌 후반까지 첼시로부터 재계약을 제의받지 못했고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 이에 테리의 다음 행선지는 미국 프로축구(MLS)나 중국 등 제 3의 리그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에 첼시 팬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테리의 잔류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구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동안 첼시는 빅클럽치고는 레전드에 대한 대우가 그다지 좋지 못하기로 소문난 팀이다. 테리와 함께 구단의 전성시대를 개척한 디디에 드록바, 프랭크 램파드. 페트르 체흐 등도 기량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끝내 팀을 떠났다.
하지만 첼시 구단은 이례적으로 테리와는 재계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1년 계약이기는 하지만 테리의 공헌도와 여전한 팀 내 위상을 인정한 셈이다. 특히 다음 시즌 팀 개편을 앞두고 있는 첼시로서는 테리의 리더십과 경험을 대체할만한 수비수이자 주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테리의 잔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지난 시즌을 놓고 봤을 때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테리는 더 이상 EPL 내에서 일류 수비수라고 하기 어렵다. 수비수임을 감안할 때 램파드나 긱스의 말년처럼 로테이션이나 조커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지 않고, 노쇠화는 다음 시즌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테리는 첼시의 숱한 감독 경질 사례마다 선수단 내에서 차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감독과 대립해 팀 내 파벌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실제로 테리와 대립했던 첼시의 역대 감독들은 모두 이별이 아름답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이 물러나고 차기 시즌 이탈리아 출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부임을 앞둔 첼시에서 테리의 잔류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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