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결국 법정관리행? 한진그룹 "같이 망할 수는..."
대한항공 부채비율 100% 넘어…4000억대 영업이익 내고도 4000억대 순손실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과 한진그룹의 지원이 모두 불투명해지면서 법정관리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언급한 한진해운 자구안 제출 시한이 임박했지만, 한진그룹은 기존에 채권단에 밝힌 4000억원 지원 외에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한진그룹 및 채권단에 따르면,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종료 시한(9월 4일)을 2주가량 앞둔 20일까지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은 이날까지 자구안 제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한진해운이 자구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며 “19~20일 사이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구안 제출 주체는 한진해운이지만, 기존 진행 중인 자구안 외에는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만큼 사실상 대주주인 한진그룹에 추가 지원방안을 내놓으라는 통첩이라고 할 수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대한 최소 7000억원의 자금지원을 한진그룹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4000억원 이상의 금액은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미 그룹 계열사들이 한진해운에 총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고, 그 여파로 대한항공이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순이익에서는 계속 적자를 보는 등 타격이 크다”면서 “4000억원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최대치로, 그 이상 무리하게 추가 지원을 할 경우 대한항공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들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8일 ‘한진해운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한진해운의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계열사의 부당지원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향후 계열사의 추가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그룹 계열사들의 동반 부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을 비롯, 사모사채, 자산매입 등을 통해 한진칼과 (주)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가 한진해운에 지원한 금액은 총 1조464억원에 달한다.
그 여파로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주식에 대해 2814억원의 손상차손을, 단기차입금 사모사채 전환으로 1100억원의 매도가능금융자산손상차손을 입었고, 상반기 48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당기순이익에서는 4257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비율은 1000%를 넘어섰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대한항공이 애초부터 한진해운의 대주주였거나 경영에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던 게 아니라 한진해운의 부실화가 본격화 되는 시점에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섰다”면서 “대한항공의 이사회가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이사회에서 적절한 판단을 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및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은 절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추가 지원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해진다.
법정관리체제 이후에는 법원이 청산, 혹은 회생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되지만 그 이전에 해운동맹 퇴출, 화주 계약 해지, 용선선박 압류 등으로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회사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받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를 막기 위해 다른 계열사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키며 추가 지원에 나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 부실이 우리 쪽의 경영실패로 인한 것도 아니고, 이미 부실화된 회사를 맡아서 살려보기 위해 자금을 투입했다가 업황이 안좋아 지금까지 온 것”이라며 “여전히 해운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원하려다 다른 계열사까지 같이 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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