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줄 몰랐나"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정부에 비난 폭주
물류자칠 사전방지 대책 없이 피해 기업 뒷북지원
스테이 오더, 대체선박 투입 등 재탕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따른 물류대란에 대응해 정부 관계부처가 뒤늦게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기존 대책의 재탕이거나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에 따른 해운·항만·수출입 분야 피해 대응 현황과 지원 대책 등을 논의했다.
해수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 9개 부처 차관급 인사가 참석한 범 부처 차원의 회의였다.
회의에서 공개된 내용은 △43국 법원에 한진해운 선박 압류금지(Stay Order) 신청 △현대상선 대체선박 13척 투입 △국내항만 기항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정상 하역작업 지원 △수출입화물 통관 절차 간소화 △한진해운 협력업체 및 중소화주 지원 등이다.
이 중 선박 압류금지 신청은 지난 1일 법원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와 함께 밝힌 내용이고, 해외 법원에서 이를 수용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대체선박 13척 투입 역시 같은 날 현대상선이 내놓은 대책이다. 국내항만 기항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정상 하역작업 지원은 2일부터 시행 중이다.
수출입 화물 통관 절차 간소화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한진해운 선박 하역작업 차질로 이미 지체된 화물을 빨리 통관시켜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한진해운 협력업체 및 중소화주 지원도 이미 물류차질로 피해를 입은 업체들을 지원해주겠다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한진해운 선박의 정상적 운항과 하역이다. 피해를 입은 업체들을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피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현재 한진해운 보유 선박 141척의 절반에 육박하는 68척이 발이 묶인 상태다. 일부는 선주 등에 의해 압류 중이지만, 상당수는 밀린 대금 문제로 입·출항이 금지당했거나 하역작업을 거부당했다.
이 부분을 해결해야 물류대란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진해운의 밀린 항만 이용료와 하역비 등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자구안 이행의 일환으로 주요 자산을 다 팔아버린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이 금액을 마련할 도리가 없다.
채권단과 대주주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단기간 내 지원을 기대하긴 힘들다. 금융당국은 대주주의 담보 제공, 혹은 자금지원이 선행돼야 채권은행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주주인 한진그룹도 이미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마당에 계열사들의 유동성 부담을 감수하고 대가없는 지원에 나서긴 힘든 상황이다.
양측의 대치로 한진해운발 물류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수출 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수천 개의 중소기업들이 한진해운 사태로 위기에 처해 있다. 소규모 수출업체들은 납품기한을 넘겨 배상을 하게 되거나 거래선이 끊기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타격이 크다. 뒤늦은 금융지원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다”면서 “채권단의 추가지원 거부 이전부터 마련됐어야 할 대책이 법정관리 돌입 이후에도 한참 뒤에나 논의된다는 건 너무 안일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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