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한진해운 1천억 출연…정상화는 ‘산넘어 산’
자체조달 1000억 외 추가 자금지원 여부 관건
한진그룹이 6일 조양호 회장 사재 400억원 등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출연키로 결정했지만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
이날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당장의 급한 물류대란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후속대응에서 그룹 측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당정 및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진그룹 1000억원 조달, 한진해운 ‘전면적 정상화’ 어려워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 선박 총 73척(컨테이너선 66척, 벌크선 7척)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밀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하역을 거부당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있다.
긴급 자금이 이른 시일 내 수혈돼 중단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부분적으로나마 정상화되면 발이 묶인 한진해운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지원으로 한진해운의 전면적 정상화까지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나머지 연체된 상거래 채권(용선료, 장비 임차료, 유류비 등 약 4300억원) 및 각종 금융차입금 (상반기 말 기준 4조9000억원)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유동성 지원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며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한진해운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강 연구원은 “향후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은 지원 규모와 방식이며 일차적으로 한진해운 보유 터미널 등이 담보로 제공될 가능성이 있고 부족한 자금을 그룹 계열사들이 지원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스테이오더 승인, 빨라야 1~2주…압류 금지 ‘시간싸움’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진해운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한진해운 선박이 세계 곳곳에서 압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각국에 스테이오더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스테이오더는 법원의 압류 금지명령을 뜻한다. 국내 법원이 결정한 포괄적 금지명령을 해외 법원에서도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스테이오더 없이 입항을 하게 되면 채권자들이 밀린 용선료 등을 이유로 배를 가압류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정부는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가 발효되면 해당 항만을 한진해운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거점항만’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현재 싱가폴, 함부르크, LA 등이 거점 항만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정이 빨라야 1~2주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공관 등을 동원해 스테이오더 승인을 받고 거점 항만이 작동되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정은 이날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긴급대책으로 한진그룹 차원에서 담보물건을 제공할 경우 ‘1000억원+α’ 규모의 장기저리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에서 추가로 담보를 잡을 물건이 마땅치 않아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 추가 자금 출연 압박 가능성…계열사 부담 가중?
당정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한진그룹도 이날 조양호 회장의 400억원 사재 출연 외 해외 터미널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진해운 자체 자산을 담보로 잡은 이유는 더 이상 다른 계열사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진그룹이 또다시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해운 지원에 나설 경우 대한항공의 부담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미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 영구채 2200억원, 교환사채 TRS 보증 2000억원 등 총 8259억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100%까지 치솟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강성진 연구원은 “만약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담보를 제공하게 될 경우 이는 대한항공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000억원의 자체자금만으로 물류대란이 해소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 여부가 관건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건을 하역한 이후 운반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각 터미널에 보증금과 운반비를 납부해야한다”며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짐을 내려놓기로 한 상황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물류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