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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고영태-차은택 증언한 최순실 권력, 얼마나 셌나?


입력 2016.12.08 00:17 수정 2016.12.08 00:19        이슬기 기자

"최 씨, 대통령 연설문 고치고 장관 후보자 추천도 받아"

김기준 전 실장, 혐의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권력은 막강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는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을 임의로 수정한 것은 물론,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에도 직접 개입한 구체적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이런 내용들을 증언한 사람들은 최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고 씨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 같다고 (내가) 얘기한 적이 있다"며 언론에 보도된 자신의 발언 내용을 재확인했다.

고 씨는 또 문화·체육계 비리의 중심에 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대해 “최순실이 바라보는 김종 차관은 수행비서였다"면서 최 씨의 막강한 위상을 대변했다. 이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키는 일은 다 알아서 하는 역할인가?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느냐?"고 묻자, 고 씨는 "그런 발언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느낌으로 뭔가를 지시하고 얻으려고 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 씨는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계기가 ‘최순실-고영태-차은택’ 3인의 이른바 '애증관계'에 있다는 일각의 설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증언을 했다.

고 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2년 말경 당시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던 고 씨는 지인으로부터 “신상품 가방을 보여달라”는 제안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최 씨를 처음 만났다. 고 씨는 “당시에는 그게 최순실이었던 것도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다”고 진술했다. 해당 만남 후 최 씨의 주문에 따라 고 씨는 가방 40여개·옷 100여벌을 만들었고, 이는 이영선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도 점차 돈독해졌다. 다만 두 사람이 ‘남녀관계’로 돈독한 사이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고씨는 “절대로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2014년 최 씨가 “광고계에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요청했고, 고 씨는 자신의 회사 직원을 통해 당시 광고감독이었던 차 씨를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차 씨와 최 씨는 급속히 가까워졌고, 만난 지 약 두 달 만에 최 씨가 차 씨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고위급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차 씨도 이날 청문회에서 “최순실이 먼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제가 장관과 수석 몇 분을 추천했다”며 “장관 추천 요청은 최순실 씨와 만난 지 한두달 정도 지난 뒤였고, 수석은 그해 10월경 추천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최순실 씨가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그중 문화계는 제게 요청해서 추천했다”고 거들었다.

대통령 비선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이들이지만, 서로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결국 폭로로 이어졌다. 같은 해 말경, 최 씨의 고압적인 언행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졌다는 게 고씨의 증언이다. 그는 "2년 전부터 최순실이 모욕적인 말과 밑의 직원들을 사람 취급도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차 씨 역시 "최순실이 전화를 걸어와서 ‘고영태의 집에 찾아갔다’고 했다"며 "고영태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갖고 왔고, 그 돈이 본인의 돈이라고 해서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해당 주장을 뒷받침했다.

결정적으로 최 씨의 딸 정유라의 애완견을 돌보는 문제를 두고 고 씨와 최 씨가 다퉜고, 그 이후 고 씨가 TV조선을 찾아가 최 씨 문제를 제보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2015년 초에 TV 조선을 찾아간 적이 있다. 대통령 순방일정이나 차은택의 기업 자료, (의상실) CCTV 자료 등 여러가지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이번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중심인물이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외부인사의 청와대 출입 여부, 대통령의 ‘머리 손질 논란’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김 전 비서실장은 특히 이번 의혹의 핵심 근거로 떠오른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비망록)와 관련, “업무수첩에 적혀있다고 모두 비서실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 수석 회의는 비서실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고 논의하는 자리다. 회의 중에 메모를 적은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됐다”고 답하거나 “몰랐다”, “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식의 답변만 번복했다. 또한 답변을 멈추라는 요구에도 해명성 발언을 계속했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김 실장의 이러한 태도가 계속되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상기된 얼굴로 “김기춘 증인 당신께서는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어린 애들이 다 수장됐는데 시신인양은 안 된다, 정부 부담이 가중된다, 인양 늦춰야한다는 식의 말을 어떻게 대한민국 비서실장으로서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 전 실장은 “그런 지시 한 적 없다. 비망록에 있는 내용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김 전 차관 역시 청문회 내내 답변을 회피해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씨를 소개해 준 사람이 누구냐'는 다수 의원들의 질문에도 "지금 이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 "검찰 조사에서 이미 이야기했다"는 식의 답변만 반복하며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에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김기춘 실장은 본 의원이 답변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해서 같은 내용만 말하고 ‘죄송하다’고 답변한다. 김종 차관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나간 이야기마저도 시인 안하고 있다”며 "이러한 답변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위원장도 “국회에서 증언감정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은 숨기거나 보탬 없이 사실을 그대로 진술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국회는 이번 국정조사와 관련,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의결한 바 있다. 불성실한 답변이 계속될 경우에 증언감정 처벌을 규정한 법률에 의거해 고발 조치된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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