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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치닫는 민주당 경선..."본선서 힘 못 모은다" 우려


입력 2017.03.21 11:43 수정 2017.03.21 13:52        이슬기 기자

네거티브 공방 치열…정책대결 대신 인신공격

"앞뒤 자르고 왜곡 공격"…내부 자성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왼쪽부터)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합동토론회'에 앞서 함께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아름다운 경선’을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경선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닫는 등 기존 정치권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이에 정작 대선 본선 단계에서 감정의 골을 넘지 못해 힘을 모으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2차 선거인단 모집 마감일인 21일 현재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각 캠프에선 ‘대세론 지키기’ 또는 ‘역전 드라마’를 위한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 수치가 격변하는 상황에서 야권의 최대 승부처이자 향후 표심을 좌우할 호남 지역 순회투표를 6일 앞두고, 주자들의 조급한 심리가 십분 드러나는 모습이다.

실제 TV토론회나 각 캠프 핵심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같은 당 후보를 ‘반동’, ‘적폐’, ‘오물’, ‘잡탕’ 등으로 표현하는 등 거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정책과 정치철학을 둘러싼 논쟁보다는 그간 민주당 내 팽배했던 ‘반문(반 문재인) 정서’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셈이다.

안희정캠프 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지난 20일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강물 발언’을 정면 겨냥해 "내가 보기에는 오물까지 다 쓸어서 잡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안희정 후보가 좀 더 파이팅을 했으면 싶었는데, 안 지사 성격이 워낙 '크게 크게 가겠다'는 주의라서 그렇게 안 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19일 KBS 민주당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메머드급 자문그룹에 친재벌 인사들이 대거 합류해 ‘적폐청산’이라는 목적과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자 "정권교체는 강물이 흘러 바다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 자기 물로만 가고자 하면 시냇물밖에 안 된다"고 반박한 바 있다.

더문캠에선 안희정캠프에 합류한 반문 인사들이 안희정 충남지사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앞뒤 발언을 자르고 왜곡해서 공격하는 모습은 자유한국당의 행태와 너무 닮았다"고 맞받아쳤다. 특보단 공동단장인 김태년 의원도 ”안 후보는 그런 분이 아니다“라며 ”내부를 향해 분열을 조장하는 분들이 주변에 있다면 멀리하시라“고 했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두고 안 지사와 충돌이 계속됐다. 이날 TV 토론회에 참석한 문 전 대표가 특전사 복무 당시 사진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폭파 실력이 뛰어났던 점을 강조하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안보 불안 공세에 맞섰다. 이에 안 지사 측은 즉각 논평을 내고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연일 두 후보를 향해 ‘반동’ 등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19일 오후 광주를 방문해 안 지사의 ‘대연정’에 대해 “대연정이라는 괴물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며 “민심을 배반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역사퇴행이자 반동”이라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표가 반문계 인사들 다수를 탈당하게 만들었다며 ‘분열의 정치’라고 규정했다.

그간 안 지사는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어느 세력과도 대화해야한다”며 전제 조건을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세력과는 연정할 수 없다고도 확언했다. 하지만 최성 고양시장 등 타 주자들은 TV토론회 등 공개 석상에서 “자유한국당을 용서하는 것”이라는 프레임 씌우기에 올인 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후보 간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질수록 중도층 등 지지자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지난 16일 우원식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119명의 의원들이 ‘버스 위에서 내려와’ 운동을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당시 일부 참가자가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가 충돌 직전 상황까지 갔을 때, 시민들이 "내려와"를 외치며 자체적으로 평화 시위를 이끌었던 것을 차용한 것이다.

우 의원은 "후보들 간 경쟁이 격화되다보니 캠프나 지지자들 차원에서 다소 거친 모습과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면서 "모욕주고 헐뜯고, 합리적인 비판에 대해서조차 집단적으로 압박한다면 정작 본선에서 우리가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겠나. 지금은 너무 지나치다”고 경고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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