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유통업계 “시련은 이제부터”
내수‧해외 시장 침체에 규제 강화로 ‘엎친데 덮친격’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관리에 치중…유통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와 더불어 기대가 컸던 중국시장 마저 사드 문제로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취임 전부터 재벌개혁과 골목상권 보호를 강조했던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본격 취임하면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과징금 부과기준 금액을 2배 인상하는 내용의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개정안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현행 30~70%에서 60~140%로 2배 높이고 자진시정의 감경률을 최대 50%에서 30%로, 조사협조의 감경률을 최대 30%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공정위에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 등 국내 4대 그룹이 공정위의 핵심 수사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BBQ에 대한 조사에 이어 대형 유통업체 관련 규제 개정안까지 잇달아 나오면서 유통업계가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하림의 편법 승계 의혹과 더불어 미스터피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MCM 하도급업체들의 성주디앤디 불공정거래행위 신고 등으로 인해 유통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가뜩이나 몸을 사리고 있어야 할 때에 불공정 거래 논란과 편법 경영권 승계 등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이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공언한 분야에서 연달아 논란이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들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식품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주사 전환 요건이 강화되기 이전에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해 오너 2,3세에 대한 승계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겠다는 의도 또한 숨겨져 있어서다.
여기에 대기업 그룹 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인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통그룹 중에서는 GS, 롯데, 신세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규모 상위 10대그룹 소속 591개사의 지난해 별도기준 감사보고서 기준 상품과 용역거래 현황을 집계한 결과, 계열사 간 거래 규모가 매출의 50% 이상인 곳은 롯데그룹 23곳(25.6%), GS그룹 15곳(21.7%), 신세계그룹 6곳(16.2%) 등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요즘 유통업계에서는 “시련의 계절이 시작됐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유통업계에 부담이 되는 이슈가 많았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아 어느 정도는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최근 유통업계를 정확하게 겨냥한 규제 정책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현실로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본격적인 시련은 이제부터’라는 말이 돌고 있다”며 “대형 유통기업의 경우 이미 각종 규제로 불공정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구멍이 거의 없어졌다. 새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방향에 맞춰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긍정적인 면도 함께 봐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통업계에 대한 불공정 거래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사업 추진보다는 각 기업들이 관리하고 있는 점포나 가맹점, 대리점에 대한 관리에 더 치중하는 분위기”라며 “잘못된 점은 처벌하고 규제하는 것이 맞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소비자 편의성 증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양쪽 측면을 고루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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