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은행, 나는 저축은행' 금리인상 속도에 서민 숨 막힌다
비은행금융기관중 상호저축은행 금리 11.02% 기록…전월비 0.25%포인트 껑충
은행 문턱 높아진 자영업자 등 소외계층 원리금 상환 부담만 더 커져
# 서울 노원구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주변에 비슷한 유형의 식당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손님이 크게 줄자 고민에 빠졌다. 매달 벌어들이던 수익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을 구매하고 나면 정작 김씨가 챙기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상호저축은행에서 2000만원 정도를 대출받은 상태여서 원금과 이자를 합친 납입금을 내는데도 현재 수입으로는 빠듯하다. 그런 와중에 상호저축은행의 금리율이 무려 10%이상 급등했다는 뉴스를 접한후 김씨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적자구조를 지속할 수 밖에 없어서다. 가뜩이나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고금리의 대부업체에 문을 두드려야할 처지에 놓였다.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민층의 가계부채 부담 악순환이 깊어지고 있다. 각종 대출 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등 고위험 채무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금리는 상호저축은행이 전월비 0.25%포인트(25bp)가 급등한 11.02%를 기록했다. 상호저축은행의 금리는 작년 말 10%대 금리를 유지하다가 6개월만에 11%를 육박했다. 이는 신용협동조합이 4.68%를 기록해 전월비 0.02%포인트(2bp) 올랐고, 상호금융이 3.97%를 기록해 0.04%포인트(4bp) 오른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벼랑끝에 내몰린 고위험가구수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가계빚 위험가구들은 빚을 갚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위험가구로 분류되는데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를때마다 8000가구가 고위험가구로 떨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1.5%포인트가 오르면 고위험가구는 6만 가구로 불어나게 된다. 현재 가계빚 위험가구는 총 126만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신용자와 자영업자, 학자금 대출자, 노인계층 가운데 고위험가구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경우 임금소득자들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빚규모가 커질수록 가계부채의 핵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최근 조사 집계한 자영업자의 가구당 금융부채 규모는 상용근로자 가구수의 1.5배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제2금융권에 자영업자 대출이 몰리면서 부실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가계부채 폭탄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가계부채 뇌관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의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어 우려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잠재된 폭탄으로 여겨지는 제2금융권의 대출조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150만명의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자영업자의 총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20조원을 육박한다. 이는 1년새 60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자영업자 한사람당 3억5000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폭탄이 될 자영업자의 대출보다 더 큰 문제점은 이를 소득이 따라잡지 못한다는데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빚을 감당할 만큼의 소득 증가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고위험가구가 결국엔 경제성장에 가장 큰 장애가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들이 고위험가구에 대해 무분별한 대출을 해주기보다 강화된 기준을 토대로 선별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센터장은 "금융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고위험가구들에 돈을 빌려줬을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반드시 고려해야한다"며 "고위험가구들이 돈을 갚을 여력이 없을때 파산해버리면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만 더 늘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2금융권이 저신용자를 타겟층으로 하는 만큼 좀 더 신중하게 대출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예금은행이 취급하는 가계대출 금리 역시 2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가계대출 금리는 3.47%로 지난달(3.41%)보다 0.06%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 요인에는 지표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일부 은행의 고금리 대출 취급효과로 인한 집단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금리는 전월비 0.05%오른 3.26%를 기록했고, 집단대출금리도 한달새 0.09%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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