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업계 대혼란…“정부 탓 VS. 이번 기회에 체질 개선”
“정부의 원칙 없는 특허권 장사가 업계 망쳐”
“공멸 피하려면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 실시해야”
면세점 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도, 신규 사업자로 선정돼 면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도 모두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모두 지난 11일 감사원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결과 이후 벌어진 일이다.
현재 면세점 업계는 말그대로 패닉 상태다. 감사결과에서 언급됐던 대기업 계열 면세점은 물론 중소 면세점들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사드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 업계 전체를 뒤흔드는 불법 논란까지 확산되면서 존폐기로에 놓였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초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제주공항 특허권을 조기반납 했고, 올 12월 문을 열 예정이던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강남면세점은 개장 연기를 요청했다. 서울 시내 주요 몇 개 면세점을 제외하면 올해 매출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 대다수다. 공항 면세점도 적자 상태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사업은 이제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면세점업에 종사하고 있는 종업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선정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된 면세점들의 경우 특허가 취소되거나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자진 반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동안은 신규 사업자가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의 고용을 승계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이들을 심사하는 관세청의 특혜 의혹이 밝혀진 상황이라 사업권을 이어받을 후발업체 선정도 한동안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두산과 한화 면세점을 비롯해 오는 12월 특허 만료가 돌아오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에서 일하는 직‧간접 종업원만 2000~3000여명 달한다.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감사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를 조장한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978년 허가제를 통해 처음 국내에서 문을 연 면세점은 IMF 외환위기와 2013년 관세법 개정안을 거치면서 현재는 5년짜리 특허로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 특허를 다시 취득하기 위해서는 관세청의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특허 만료가 돌아오는 매 5년 마다 면세점 특허권을 둘러싼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특허권 진입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전 정권의 부당한 압력이 심사 과정에 개입되면서 벌어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원칙 없는 특허권 장사가 업계를 망쳐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내 면세점의 경우 단기간에 면세점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적자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점 수는 2011년 32곳에서 지난해 50곳으로 56% 증가했지만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5년 6개에서 현재 13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이번 기회에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특허권을 획득하려는 기업들의 로비도 이번 사태에 한 몫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만 의존했던 것에 대한 반성도 있다. 면세점 업계에서 중국인들이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이에 맞춰 중국어로 된 간판과 홍보물 그리고 중국어 가능 직원을 배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며 몸집을 불렸지만 중국인 관광객에만 의존했던 것이 결국엔 침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사태를 통해 업계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몇 년 사이 면세점이 급격하게 늘면서 업계 전체가 적자 수렁으로 함께 빠져들고 있어 공멸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에 면세점 점포 수가 크게 늘면서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사드로 인한 매출감소와 규제 강화 그리고 이번 신규 사업자 선정 특혜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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