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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發 보험사 구조조정 공포 현실로


입력 2017.07.19 06:00 수정 2017.07.19 06:34        부광우 기자

현대라이프 임금피크·KDB생명 희망퇴직·흥국생명 조직개편 '칼바람'

RBC비율 150% 이하 공통점…재무 부담 키우는 IFRS17 대비 차원

4년 뒤 문제 아냐…중소형사 선제 구조조정 가속화될까 우려 증폭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흘러나오던 보험업계 구조조정 공포가 벌써부터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을 크게 키우는 IFRS17이 적용되기 전, 중소형 토종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감원 한파가 불지도 모른다던 조심스런 전망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IFRS17 공식 시행까지는 4년이 남아 있지만, 보험업계를 둘러싼 불안은 현재 진행형이다.ⓒ게티이미지뱅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흘러나오던 보험업계 구조조정 공포가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을 크게 키우는 IFRS17 적용 시점을 앞두고 중소형 토종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감원 한파가 속속 몰아치고 있어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만 56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원할 경우 그 기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보존해주고 퇴직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일부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이 진행될 수도 있는 셈이다. 현대라이프의 이 같은 인력 조정은 IFRS17 도입에 따른 사전 조치 차원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은 지난 3일부터 200명을 목표로 희망퇴직 지원을 받고 있다. 대상은 20년차 이상 45세 이상 직원들이다. 또 170여개의 지점을 절반 수준까지 줄여 통폐합할 방침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5월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지점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전속채널 140개 지점을 80개로 축소 재편하기로 했다. 흥국생명도 이 같은 전략 추진 배경에 대해 재무건정성 규제 강화와 IFRS17 도입 등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 대처라고 설명했다.

2021년 시행 예정인 IFRS17이 보험사들에게 부담이 되는 이유는 부채 평가 방식이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서다. 이에 따라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사의 보험금 부담은 늘어난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FRS17 적용을 앞두고 규모가 작은 보험사들이 자금 수혈과 함께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끊이지 않아 왔다. 본격 시행까지는 아직 3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이에 앞서 금융당국이 올해 말부터 책임 준비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적적성 평가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이미 IFRS17 대비는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여러 형태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보험사들은 지급여력(RBC)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 계약자들이 한 번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제 때 지급할 수 있는지 수치화 한 것으로,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현대라이프와 KDB생명, 흥국생명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RBC비율은 각각 149.54%, 124.35%, 148.54%을 기록했다. 같은 시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전체 RBC비율 평균이 289.92%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안팎에 그치는 수치다.

보험업계에서 RBC비율 150%는 재무건전성 평가의 가이드라인처럼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금융당국이 이 같은 수준의 RBC비율 유지를 권고해 왔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 실제 규정하고 있는 RBC비율 유지 규정은 100%다.

아직 RBC비율이 100% 아래로까지 내려간 보험사는 없다. 하지만 RBC비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은 IFRS17이 시행되기도 전부터, 이 비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 이하로 떨어진 점은 보험사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언제든 자본 여력 관리를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보험사가 또 나올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충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고 금융 당국의 보험사 건전성 강화 방안이 조만간 시행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IFRS17은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문제"라며 "앞으로도 RBC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감원이나 조직개편 등이 더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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