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중국 철수설'…사드 보복 장기화에 유통업계 '전전긍긍'
하반기 실적 어두운 유통업계…철수설 모락모락
중국서 동남아로 해외공략 활로 모색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검토하면서 유통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영업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여파가 하반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업계에서는 이제는 이마저도 불투명해지면서 별다른 대안이 없자 중국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발사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이슈가 다시 부각된 이후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통, 면세점, 화장품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주가는 이날 8.52%나 떨어졌고, 호텔신라, 신세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면세점 관련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관련 화장품 대표주인 아모레퍼시픽도 전 거래일보다 2.58% 하락했다.
이 밖에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 정부가 경제적인 보복 조치를 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사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7조4013억원, 영업이익은 49.0% 감소한 873억원에 그쳤다. 이는 중국 롯데마트에 대한 무차별적인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롯데마트는 총 99곳으로, 이 가운데 74곳은 중국 정부의 소방 점검 등을 이유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고, 13곳은 자율 휴업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한 누적 손실액만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관광객들의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과 여행업계의 피해도 마찬가지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 금지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인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만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3분기에도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장품 업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던 아모레퍼시픽도 면세점 매출과 중국 현지 시장 약세로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한 1조4130억원, 영업이익은 57.9% 급감한 1304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부문도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148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7% 감소한 7812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중 관계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향후 중국 사업 철수를 선언할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드 보복을 계기로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신세계는 중국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한 이후 베트남에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주일에 2회 이상 재판을 받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난달 24일부터 직접 베트남을 찾았다. 신 회장은 하노이와 호치민을 찾아 사업장을 돌아보고 공무원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베트남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배치 여파로 일본이나 동남아 지역에 대한 홍보를 늘리면서 이들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은 '포스트차이나'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만큼 이참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