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 호남민심에 흔들리는 국민의당, 캐스팅보트냐 박쥐정당이냐
정국 고비 때마다 '캐스팅보트' 존재감…오락가락 행보 비판 제기
'머리 자르기' 후폭풍 결과는 '대여투쟁' 포기…다당체제 '역할론' 재구축 절실
문재인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운영을 펼쳐나가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120석에 불과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하다.
민주당도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야당과의 협조를 구축하는 데 공을 쓰고 있는데 고비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국 고비 때마다 '캐스팅보트' 존재감…오락가락 행보 비판 제기
다만 국민의당이 의석수 40석 규모와 함께 '호남민심'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한계 등으로 인해 '다당제 체제'에서 '제 3당'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보다는 '갈짓자 행보'로 여겨지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정치 현안마다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면서도 행보가 오락가락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지난 5월 31일 새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 1호'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회 인준안 처리에서 본회의 표결 때 '통과' 과정을 거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당초 다른 야당들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과 함께 인준 부결로 방향을 잡았다가 입장을 바꿔 '찬성'쪽으로 돌아서면서 이 총리의 인준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출신의 이 총리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 등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웠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후 연이어 진행된 장관급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서도 국민의당은 야권의 보수정당들과는 노선을 달리 하는 모습을 내비쳐 이른바 '민주당 2중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6월 6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이낙연 총리 인준안 처리 때 여당 손을 들어준 것을 겨냥해 "야당이 부적격 인물을 정략적 발상에서 혹은 특정지역의 민심 눈치를 보며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여당의 2중대 역할을 하는 모 정당은 지금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국민의당을 지칭한 표현이다.
지난달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파문으로 내홍을 치르던 국민의당을 겨냥해 윗선의 혐의를 피해가려는 행태로 규정하면서 내던진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 때에도 국민의당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 대표 발언 파문 이후 국민의당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국회 파행' 조짐이 일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병헌 정무수석을 대동하고 국회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찾아가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해 대리사과를 했다. 그러자 국민의당은 대여 강경투쟁을 접고 추경심의 등 정부여당의 국회일정에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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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시각 청와대에서 윤영찬 홍보수석은 임 실장의 국민의당 방문시 추미애 대표에 대한 언급이나 대리사과는 없었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면서 국민의당은 다시 발칵 뒤집혔다가 '사과가 맞다'는 청와대측 연락에 다시금 대여 협조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국민의당은 아무 것도 건진 것 없이 '문준용 제보조작'으로 인한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와 뒷거래했다는 의혹만 샀다. 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약삭빠르게 색깔만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변신'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심지어 '박쥐정당'과 같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후 안철수 전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주선 비대위원장 체제로 당을 추스리면서 기회 있을 때 마다 20대 총선 때의 민심인 '여소야대의 정신을 받들어 시시비비를 분명히 따지는 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국민의 당이 보여준 갈짓자 행보는 이런 다짐을 무색케 한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국민의당의 또 다른 문제점은 호남지역당이란 태생적 한계다. 국민의당이 차지한 25개의 지역구중 23개가 호남이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 호남지역은 60%대의 표심으로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국민의당으로서는 압박 요인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당은 지역민심의 볼모가 되어 지켜야 할 원칙들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출신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인준을 반대하다가 뚜렷한 명분없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 단적인 사례다. 원칙없는 국민의당의 행태에 대해선 호남지역민들도 외면하는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 지지율이 '원내 4당'인 바른정당에 추월당했으며, 호남지역에서도 지지도가 한자릿수에 머무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여의도 정가에는 국민의당 해체와 민주당으로의 흡수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는다. 당의 존립 자체가 안팎으로 공격받는 것인데, 지금이라도 긴 호흡으로 20대 총선의 민심을 받들어 원칙과 소신에 따라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는 야당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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