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vs맥그리거, 전 세계 농락한 ‘복싱 쇼’
메이웨더 일방적인 경기 운영, 10라운드 TKO승
‘세기의 빅매치’라 불린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맞대결이 역대급 졸전으로 마무리됐다.
메이웨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슈퍼웰터급(154파운드) 복싱 경기서 맥그리거를 상대로 10라운드 1분 5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매치업이 성사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된 경기였다. 그럼에도 전 세계 복싱 및 격투팬들의 흥분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과연 MMA가 복싱을 상대로 얼마나 통하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합격투기 선수인 맥그리거는 이번 메이웨더전을 앞두고 4개월 전 프로 복싱 라이센스를 획득한, 말 그대로 복싱을 알지 못하는 ‘복알못’이다.
물론 맥그리거라 이변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모아진 것도 사실이다.
UFC에서 손꼽히는 타격가로 꼽히는 맥그리거는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를 13초 만에 펀치로 때려눕혔고, 에디 알바레즈와의 라이트급 챔피언전에서는 엄청난 회피 능력과 속사포 같은 연속 펀치로 사상 첫 동시 두 체급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와 같은 능력이 이번 메이웨더전에서 발휘된다면 복싱 역사상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다는 시나리오가 자연스레 완성됐다.
그럼에도 메이웨더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단 해당 종목의 적응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복싱과 MMA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복싱은 탄탄한 하체 기본기를 바탕으로 상체만을 이용하는 반면, MMA는 온몸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스텝은 경기 중 체력 관리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맥그리거의 펀치가 아무리 맵더라도 종합적인 능력치를 단 4개월 만에 완성 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일단 ‘초짜 복서’ 맥그리거는 무패 복서를 상대로 10라운드까지 버텼고,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시작부터 끝까지 메이웨더가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경기 초반인 1~2라운드에는 체급과 리치의 우위를 앞세운 맥그리거가 훨씬 더 많은 펀치를 뻗었지만 메이웨더는 미소를 지으며 펀치의 충격을 흘려보냈다.
심지어 맥그리거의 안면이 경기 내내 열려있었는데 메이웨더와 같은 복싱 초고수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방어 위주의 운영을 펼치면서 경기 중반 상대 복부를 집요하게 공략한 뒤 승패가 엇갈린 10라운드에 가서야 안면에 펀치를 꽂아 넣었다. 즉, 언제나 그렇듯 상대를 고사(枯死) 시켜버리는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연해냈다.
맥그리거는 메이웨더보다 키도 크고 리치도 훨씬 길었다. 계체량 행사 후 체중도 눈에 띄게 증가해 두 체급 정도는 차이나 보였으며, 무엇보다 상대보다 11살이나 어리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경기는 메이웨더가 마치 어린아이를 데리고 노는 수준이었다.
두 선수는 이번 경기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게 됐다. 특히 한 차례 ‘복싱쇼’로 UFC에서 뛸 때보다 10배 넘는 돈을 벌게 된 맥그리거가 진정한 승자라 할 수 있다. 맥그리거보다 2배 넘는 돈을 챙기게 될 메이웨더 역시 찝찝한 은퇴 경기였음에도 두둑한 퇴직금을 받게 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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