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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치료 vs 아동학대…'안아키' 논란 부글부글


입력 2017.10.25 06:00 수정 2017.10.25 06:04        손현진 기자

6만명 회원 '안아키' 카페, 아동학대 논란 확산…지난 5월 한차례 폐쇄

박리다매, 과잉진료 문제 여전…'의료계 문제 개선 기회 삼아야' 지적도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아이가 아파도 약을 절대 쓰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약이 정말로 필요한 경우에 잘 듣도록 오남용을 피하자는 것입니다."

아픈 아이에게 백신이나 항생제 대신 자연주의 치료법을 택하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에 대한 시각이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안아키'는 2013년부터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연주의 육아법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6만명의 회원이 모여들었다. 안아키를 옹호하는 이들은 현대의학에 의존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에 따라 해당 카페에서 자연주의 육아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해왔다.

이후 안아키 부모들 사이에서 고열을 방치하거나, 화상 부위 온수 찜질, 필수 예방접종 거부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상식적인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 아토피 피부염에는 햇볕을 쬐거나 피부를 긁어내 상처 딱지를 만드는 게 좋다는 말을 듣고 따라했다가 아이 증상이 악화됐다는 등의 경험담이 사진과 함께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 또한 급격히 번지기 시작했다.

안아키 카페는 급기야 지난 5월 폐쇄됐다가 한달 뒤 다시 열렸다. 24일 현재 회원은 5000명을 웃돈다.

안아키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카페는 물론 운영하던 한의원도 문을 닫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들에게 약 대신 숯가루와 소금물 등을 사용하라며 허위 의료법을 권장한 혐의와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들을 판매한 약사법 위반 혐의 등을 받았다. 그러나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고, A씨가 병원과 카페를 다시 운영하면서 안아키 논란 역시 이어지고 있다.

안아키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현대의학 진료에서 항생제 오남용과 과잉 진료 등이 행해지는 문제를 꼽고 있다. 실제로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고, 소아청소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년)'을 발표하고, 항생제 사용을 2015년 대비 2020년까지 20%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안아키' 카페 메인화면 모습. ⓒ데일리안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최근의 생리대 파동으로 케미포비아(Chemi-Phobia·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현상이 확산됐던 것처럼, '안아키스트(안아키 방식을 쓰는 부모)'들도 그간 알려진 과잉 진료 및 의약품 부작용 사례에 따른 공포감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안아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상당하다. 시민단체인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은 아동복지법과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안아키 카페를 고발했고, 한의사협회는 운영자 A씨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의사협회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의료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면서 수사당국의 처벌을 요구했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도 안아키를 향한 날선 언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안아키에 대한 공격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이를 열악한 의료계 문제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평균 진찰시간이 4분에 불과한 박리다매식 진료, 과도한 비급여진료와 과잉진료 문제로 도마에 오른 일부 의사들의 행태도 안아키 양산에 한몫했다는 것이다.

20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B씨는 "애가 열이 나서 자주 병원을 찾는데 그때마다 약을 처방받는다"며 "안아키는 아니지만, 애한테 약을 너무 자주 먹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병원에서 아이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처방하는 건지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선 내성균에 효과적인 신약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부터 10년간 국내 허가받은 항생제는 6종에 불과하고, 시장에 출시된 항생제는 타이제사이클린, 도리페넴, 자보플록사신 등 3개 품목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신 항생제 개발은 최소 10년, 1조가량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제약사들이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 출연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항생제 개발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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