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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맛’ 정현, 김연아 바통 이어받나


입력 2017.11.12 10:23 수정 2017.11.12 10:2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서 우승 감격

2003년 1월 이형택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우승

정현 우승. ⓒ 대한테니스협회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 정현이 한국 선수로는 14년 10개월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우뚝 섰다.

세계 랭킹 54위의 정현은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결승에서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레프(37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3-4 4-3 4-2 4-2) 완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의 ATP 투어 단식 우승은 2003년 1월 이형택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형택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을 거머쥔 바 있다.

이번 대회는 테니스 유망주를 가리기 위한 대회로 전 세계 21세 이하 유망주 8명을 엄선했다. 정현은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우승 직후 정현은 "기대하지 못한 우승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결승 상대였던 루블레프에게 "함께 결승전을 치러 영광이었고 앞으로도 자주 만나자"고 말했다.

이어 정현은 "ATP 관계자들과 이탈리아 팬 여러분, 오늘 여기에 와준 관중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나를 도와준 스태프들과 가족, 팬 여러분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정현의 우승으로 한국 스포츠는 다시 한 번 영웅을 맞아들일 채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영웅으로 불렸던 스포츠 스타들은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며 단순히 어느 한 종목의 선수 이상의 대접을 받아왔다.

80년대에는 분데스리가를 폭격한 차범근이 그러했고 90년대에는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LPGA 투어에서 우승을 휩쓴 박세리가 영웅의 역할을 맡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박지성의 고단했던 성장기가 성공 신화와 맞물리며 적지 않은 감동을 자아냈다.

2000년대 후반에는 혜성처럼 나타난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계보를 이었다. 이들은 한국이 해당 종목의 불모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어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 여동생 김연아. ⓒ 데일리안

특히 김연아의 경우 노골적인 편파 판정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세계 피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이로 인해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에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각종 CF를 휩쓸며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사례로 손꼽힌다.

이후 한국 스포츠는 ‘영웅’의 대가 끊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듬체조의 손연재가 깜짝 등장하기는 했지만 세계 정상급 기량과는 거리가 멀었고,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프리미어리거 손흥민 등은 기량이 훌륭하지만 앞선 선배들로 인해 개척자라는 이미지를 안는데 실패했다.

테니스는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이다. 비록 한국에서는 비인기 스포츠로 불리지만 이는 이형택 이후 스타 발굴에 실패한 국내 상황과 궤를 함께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현은 이번 우승으로 월드클래스로 가기 위한 발을 간신히 내디뎠을 뿐이다. 세계적인 선수들고 경쟁하기에 아직 약점도 많지만, 장점 또한 뚜렷한 선수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가 모아지는 게 사실이다. 모처럼 등장한 대형 스포츠 스타인 정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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