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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사건의 교훈, 일단 도망가라?


입력 2017.11.17 10:00 수정 2017.11.17 10:0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무죄 판결에도 싸늘한 민심을 직시해야

이창명이 음주운전 무죄 심경을 고백했다. SBS 방송 캡처.

이창명이 음주운전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지난 4월 1심에서 음주 혐의 무죄, 사고 후 미조치 벌금 500만 원이 나왔었다. 이에 검찰이 불복 항소했는데, 항소심에서 다시 음주 혐의 무죄가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이창명이 술을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드마크 공식도 적용할 수 없다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사고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 계산법이다. 평균적인 사람의 시간당 알코올 분해도가 0.008∼0.030%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고 시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산한다. 마신 술의 양, 알코올 도수, 알코올 비중, 체내 흡수율을 곱한 값을 남녀 성별에 따른 위드마크 계수와 체중을 곱한 값으로 나누어 추정치를 구한다.

검찰은 당초 소주 6병+생맥주 9잔을 일행 6명으로 나눈 0.164%를 이창명에게 적용했다가 병원 진료기록에서 소주 2병을 마셨다는 진술이 나오자 0.148%로 수정했다. 위드마크 자체가 추정치에 불과해 형사사고에 대한 판결의 근거가 되기에 미흡한데, 거기에 수치마저 오락가락했으니 유죄 판결이 어려웠을 것이다.

재판부에 대한 비난이 일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도 고충이 있다. 재판부는 검찰에 '개인별 흡수 분해력의 차이'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사람을 처벌하는 건 명확한 유죄 증거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지, 무죄 증거가 없고 정황상 이상하다는 것만으론 어렵다. 최근 서해순 씨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다.

술을 얼마나 마셨다는 증거가 없으니 이창명을 음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법정에서 면죄부를 받은 셈인데, 그 때문에 이창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더 싸늘해진다.

이창명이 사고 직후 사라진 게 문제의 근원이다. 사라지지 않고 바로 조사받은 후 그에 따른 조치를 이행했으면 대중정서가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시기에 잠적하면 대중의 의심이 극에 달한다.

이창명이 잠적했을 때 사람들은 혈중 알코올이 사라지는 20시간 정도 후에 나타날 것이라고들 했다. 공교롭게도 이창명은 정말로 21시간 만에 나타났다. 운명이 걸린 중요한 사업상 약속 때문에 대전에 갔었다고 했지만 서울 지역 호텔에 머문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 스스로 대리기사를 요청했다가 취소한 정황도 나왔다. 사업한다는 사람이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로 긴 시간 있었다는 것도 이상했고, 외국 폰이라 차량 밖에선 충전할 수 없었다는 말도 이상했다.

1심 무죄 후 이창명의 변호사는 진작부터 무죄를 확신했다며 그 이유로, ‘검찰이 주량을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검찰이 주량을 특정하지 못한 이유는 사고 직후 이창명이 잠적하는 바람에 음주측정을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이창명이 사고 후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음주측정을 못하도록 이탈한 것 아니냐, 그로 인해 무죄를 확신한 후 변호사와 법정싸움을 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변호사의 말은 그런 의심에 부채질을 했다. 그 때문에 무죄판결 후에 여론이 더 안 좋아졌다.

연예인 음주운전 자숙기간은 보통 1년 이하다. 만약 이창명이 사고 직후 (실제 음주 여부와는 별개로) 음주운전을 인정했다면 1년 반이 넘게 지난 지금쯤 벌써 복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잠적 후 무죄 주장을 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두 번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어도 대중의 시선이 싸늘하다. 무죄 주장하려면 사고 현장에서 바로 입증했어야 했다.

이창명이 정말 술을 마셨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번 판결은 ‘이제 음주 사고 내면 무조건 차 버리고 도망쳐서 휴대폰 끄고 잠수 탔다가 술 깬 후 자진출두하면 되는 거구나’라는 학습효과를 낳았다. 이창명에게도 두고두고 오명으로 남을 일이다. 잠적 후 무죄주장이 최선이었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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