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로드맵]알맹이 빠진 로드맵…부동산 시장 여전히 ‘안갯속’
12월로 세차례 연기…“이번 대책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 억제 역부족”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평가되는 주거복지로드맵이 수차례 연기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권리 강화 대책과 함께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 등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 로드맵에서 모두 제외되면서 정작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더스마티움에서 발표한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생애단계와 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안정성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다주택자의 임대사업 등록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당초 이번 로드맵에 도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국토부는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안정성 강화’는 ‘별도 발표’로 표기하고 공백으로 공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늘 주거복지로드맵에 이어 12월 중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안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집이 없는 분들도 적정한 임대료를 내면서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고, 집 주인은 정당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 등도 제외됐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세입자 보호대책으로 꼽힌다.
이날 발표된 로드맵에서는 주거 복지에 따른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논란이나 쟁점이 남아 있는 임대차와 세입자 관련 대책은 다음 달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거복지로드맵 시기가 계속 연기되는 것은 물론, 대책 내용 역시 이렇다 할 중요한 내용들이 빠지면서 오히려 시장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최근 다시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값을 억제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임대사업자 인센티브 대책이 빠지면서 다주택자들의 의사결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한 만큼 이번에 발표된 주거 로드맵이 집값 변동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시장에서는 현 정부가 한 달마다 연이어 쏟아내는 대책에 무뎌질 대로 무뎌진 모양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또 대책이 나왔냐”고 반문하며 “이제는 보유세 인상 말고는 다른 대책이 나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또 “규제 강도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를 규제로 막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향후 5년간의 주거 복지계획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았다.
김 연구원은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 주택 100만가구 공급에 관해 “무주택자나 주거취약 계층을 배려하려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주민반발로 임대주택 건설산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입지 선호도가 높은 서울, 과천 일대에 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함에 따라 실수요자 대상자들이 당장의 주택매입을 미루고 전월세 시장에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연 17만가구 규모로 공급되는 공적 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시장의 수요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8·2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주거복지로드맵을 9월 중 발표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9월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시장상황 모니터링 등을 이유로 10월로 미뤘다. 이어 10월에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이 다시 11월로 두 차례 연기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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