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처럼 수강신청’ 고교학점제…교육현장 한목소리 ‘반대’
교육계 좌·우 없이 “현장 도입하기에는 준비 미흡해”
교육계 좌·우 없이 “현장 도입하기에는 준비 미흡해”
정부가 2022년까지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힌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도 대학생처럼 자신이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채우는 방식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핀란드와 미국이 이미 도입하고 있는 방식이다.
대학학점제와의 차이는 평가 기준으로 대학교가 학교별로 성적기준을 정하는 것과 달리 고등학교는 전국 고등학교에서 정부가 정한 성적 기준을 따른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성적을 절대평가로 변경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4.5 만점에 원점수 100점을 기준으로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입시위주 특정과목 쏠림 현상…막을 방법 있나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더라도 수능이 남아있는 이상 특정과목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생의 진로·적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과목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여전히 국‧영‧수 중심의 학습을 기본으로 하는 바탕 위에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집중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아무리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어도 좋은 내신성적을 받는 데 불리하거나, 대입에 반영되지 않으면 특정과목에 쏠리거나 꺼려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대학진학이 가장 큰 과제임을 고려하면 내신평가체제와 대입제도의 개선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형 A 씨는 “대학생들도 막상 수강신청하면 점수 잘 주는 교수 과목, 쉬운 과목부터 순삭되는데 과연 고등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꿈을 찾아 수강신청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내신·수능 절대 평가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우려
이에 따라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화가 불가피하다다고 보고 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공정사회) 대표는 이 점을 들어 “공정한 수능을 무력화 시켜 불공정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폭 확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게 된다”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게 되면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고, 학생들이 진로·적성과 관련된 과목을 수강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을 상실하게 되어 정시는 무력화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받고 있는 학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시범학교 운영 앞두고 “정해진 것 없어”
교육부는 이미 2022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을 전제하고 100개의 연구학교 운영을 준비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도 교육계에서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전교조는 ▲학교와 교사에게 과목 개설권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학년별 교육과정을 폐지하여 사실상 학년제가 폐지되는 것인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위해 학급은 사실상 해체되는 것인지? ▲다른 학교와 사회기관에서는 학점 이수가 가능한지? ▲미이수, 즉 낙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인지? ▲내신평가는 절대평가-교사별 평가를 하는 것인지? 그럴 경우 현재 대입제도와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 것인지? ▲일반학교에도 직업과목이 개설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 않고 있다. 내년에 지정될 연구학교들은 고교학점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과목 선택권을 약간 확대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총 역시 “외국의 경우 학점을 채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졸업시험과 졸업 자격기준 등을 통해 학습의 질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서는 이에 대한 사항이 빠져 있다. 미이수·재이수·졸업제도 등 고교 학습의 질 관리를 위한 방안들이 종합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미흡함을 지적했다.
공정사회는 “김상곤 장관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교육정책 강행의지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골병이 들고 있다”며 김상곤 장관의 사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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