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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곽도원 "죽을 듯 연기해도 여전히 부족"


입력 2017.12.17 08:30 수정 2017.12.18 16:52        부수정 기자

영화 '강철비'서 곽철우 역

"관객에게 질문 던지는 작품"

배우 곽도원은 영화 '강철비'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했다.ⓒ뉴

영화 '강철비'서 곽철우 역
"관객에게 질문 던지는 작품"


"연기가 어려워 죽겠어요."

배우 곽도원(본명 곽병규·44)의 입에선 의외의 말이 나왔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을 홀린 그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다.

이번에는 '변호인'(2013)에서 만난 양우석 감독과 재회했다. 영화 '강철비'를 통해서다. 14일 개봉한 '강철비'는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액션스릴러물.

곽도원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로 분해 여유로우면서도 재치 있고, 또 마음을 건드리는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영락없는 '곽블리'(곽도원+러블리)다.

개봉 날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곽도원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의 결말이 좋았다"며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국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한다. 현재 남북의 상황을 보노라면 마냥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곽도원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며 "모르는 게 없는 양 감독님과 함께 캐릭터를 분석했다. 곽철우는 참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강철비'에 나온 곽도원은 "이 영화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렸다"고 소개했다.ⓒ뉴

영화는 핵전쟁을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의 입장과 한국 정부의 시선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특히 한국 정부를 정권교체 시기로 묘사한 점이 흥미롭다. 현직 대통령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보는 반면, 차기 대통령은 '남한과 하나'라는 상반된 입장을 생생하게 끄집어냈다.

"한국은 여러 강대국에 이리저리 치이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그러다 '강철비'의 결말을 봤는데 통쾌했죠.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관객이 봐주셨으면 해요."

전쟁에 대해선 "일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전쟁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사라진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선 검사, '변호인'에선 경찰, '굿닥터'에선 의사, '황해'에선 교수 등 곽도원은 엘리트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이번 곽철우는 꽤 멋진 엘리트다. 신념 있으면서도, 여유도 있고, 잔정도 많다. "공직에 있는 분들이 일할 때는 딱딱하지만 사적에서는 그렇지 않을 듯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죽을 듯이 분석했죠. 곽철우가 그려질 때까지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곽도원과 정우성의 남남 케미는 단연 빛난다.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 속에서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상영시간 139분은 마라톤 선수들이 달리는 시간입니다. 물 마시는 시간이 있어야 하죠.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객들이 잠시 웃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배우들이 낸 아이디어를 감독님께서 잘 받아주셨죠. 엄철우와 국수 먹는 장면에서 나온 건 애드리브였죠. 모두 함께 만들어낸 장면이에요."

영화 '강철비'에 나온 곽도원은 "죽을 것처럼 연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뉴

곽철우는 미국 CIA 지부장과 중국 외교통을 오간다. 유창한 영어, 중국어 대사를 소화해 야했다. 배우는 영어 대사가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영어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단다. 반면, 중국어는 비교적 수월했다. "하루를 영어로 시작해서 영어로 끝냈어요. 잠자긴 전까지 영어 대사를 외웠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라 발음에도 신경 썼고요."

정우성과의 호흡을 묻자 "우성이는 눈빛이 너무 슬프다. 특이 엄철우의 눈빛과 닮았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엄철우의 눈빛이란다. "우성이와의 호흡이 화면에 그대로 담긴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주 작은 감정까지도 담겨 있더라고요. '진짜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죠."

'여섯 개의 시선'(2003)으로 데뷔한 그는 수많은 단역과 조연을 거쳤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변호인'(2013), '타짜-신의 손'(2014)을 찍은 후 '곡성'(2016)으로 주연을 꿰차며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아수라'(2016), '특별시민'(2017) 등에 출연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에는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됐다. "지금도 오디션 보라고 하면 떨어질 거예요. 너무 떨리거든요. 하하. 배우는 작가나 연출에 의해 쓰이는 사람이에요. 그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틀에서 놀 줄 알아야 합니다. '변호인' 이어 두 번째 호흡한 양 감독님께 '양우석의 페르소나 시켜주면 안 돼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이러더군요. '그러던지요'(웃음)."

영화 '강철비'에 나온 곽도원은 "연기를 잘하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했다.ⓒ뉴

양 감독에 대해선 '죽을 것 같이 참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기 한계를 알지만 도전하는 사람, 죽음이 앞에 있어도 담담히 맞설 사람입니다. 정말 부드럽고 착하고, 인내심도 있고요. 모르는 게 없을 만큼 똑똑하고요. 무엇보다 강합니다."

그럼 곽도원은 어떤 사람일까. "집안의 막내"라는 '곽블리' 답이 돌아왔다. 어렸을 때부터 애교가 많았단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로는 '깡패 역할'을 꼽았다. 영화 '신세계'의 정청 역할이 대표적이다. 심장을 벌렁거리게 한 캐릭터다.

코미디 연기는 어떠냐고 권하자 "남을 웃기는 연기가 가장 어렵다"며 "코믹 연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게 힘들다"고 고백했다.

2017년을 '강철비'로 마무리하는 그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고개를 푹 숙인 그는 이내 입을 뗐다. "연기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학원에 다녀야 할까요. 여전히 부족해요. 죽을 것 같습니다. 제발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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