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CEO] 오뚜기를 ‘갓뚜기’로 격상시킨 함영준 회장
50년간 식품 산업에만 매진…올해 매출 2조원 돌파 눈 앞
투명한 상속 과정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명사로 부상
오뚜기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식품기업 중 한 곳이다. 지난 10년간 라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던 사실과 그간 숨겨졌던 미담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착한기업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함영준 회장의 윤리경영 철학은 재계 전반에 걸쳐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뚜기는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故) 함태호 회장이 1969년 설립한 풍림상사가 모태다. 1971년 풍림 식품공업주식회사로, 1973년 오뚜기 식품공업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한 이후 현재까지 ‘오뚜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함영준 회장은 지난 2000년 사장으로 취임하며 오뚜기의 경영을 맡기 시작했다. 함 회장은 사업 초기 부진을 겪었던 라면 사업을 업계 2위까지 끌어 올리고 해외로 영역을 확대해 오뚜기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50년간 한 우물’…1등 제품만 30가지
사업다각화를 위해 외식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여타 식품기업들과 달리 오뚜기는 50년 가까이 식품관련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 기업과의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현재는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이 30가지가 넘는다. 한국 토종기업으로서 외국 소스류인 케첩과 마요네즈 시장에서도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라면과 소스류, 가정간편식(HMR) 등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 2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경우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에 이어 식품업계 3번째로 2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연결 재무제표기준으로는 이미 지난해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출시 초기 부진을 겪었던 라면사업이 시장점유율을 점차 확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농심과 삼양에 밀려 3위에 머물렀던 오뚜기는 2013년 하반기 삼양식품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닐슨코리아 등 시장조사업체 통계를 보면 오뚜기 라면 점유율은 2014년 19.3%, 2015년 24.5%, 2016년 25.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1위인 농심과 3위인 삼양식품은 하양세를 보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명사가 된 함영준 회장
사장 취임 10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함영준 회장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여타 재벌들이 상속과정에서 탈세를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것과 달리 정직한 상속세 납부를 약속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9월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오뚜기 주식은 46만5543주로 당시 시가로 3500억원 수준이다. 현행 상속관련 법률에 따라 30억원 이상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율은 50%로 납부해야 할 상속세만 1500억원 규모다. 국내 상속세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으로, 함 회장은 이를 5년에 걸쳐 모두 납부키로 했다.
올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기업들에게 주문하면서 오뚜기의 높은 정규직 비율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오뚜기의 전체 직원 3011명 가운데 정규직은 2976명으로 정규직 비율이 98.84%에 이른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함 회장의 정규직 채용 정책이 지속된 결과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뚜기는 올해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청와대 만찬에 초청됐다. 적법한 상속을 통한 경영, 사회공헌, 비정규직 최소화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크게 부합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함 회장은 최근 실시된 평가에서 기업인 분야 올해의 호감인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평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의 착한기업 이미지와 그간의 사회공헌 노력 등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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