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부터 총수 재판까지…험난한 롯데의 2017년
중국 사드 보복으로 마트 사업 철수, 대규모 개발 사업도 올 스톱
온갖 악재 속 닻 올린 ‘뉴롯데’…순환고리 해소, 호텔롯데 상장 등 현안 산적
롯데가 올해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여파로 면세점과 백화점, 호텔 등 주요 계열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총수 일가의 재판까지 겹치면서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징역 4년,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에 대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다.
신 회장은 지난 10월에도 롯데그룹 경영권 비리 사건으로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바 있다. 오는 22일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또 다시 중형이 구형되면서 롯데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재벌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10년을 넘을 경우 실형을 면치 못한 경우가 많아 롯데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총수의 부재로 인해 그간 공을 들였던 사업들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아직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에 끝까지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판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 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롯데는 올해 갖은 악재속에서도 롯데지주를 출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총수 부재에 대한 우려로 굵직한 사업들은 지연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뉴롯데’의 완성을 위해서는 계열사 간 지분정리를 통해 남아있는 13개의 순환고리를 해소하고, 롯데지주와 함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만약 신 회장의 실형이 확정될 경우 호텔롯데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 기업의 경영 투명성 심사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대규모 해외 M&A도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롯데는 현재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14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초고층 랜드마크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완공한 데 이어 현재는 서호 인근의 상업지구에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기 진출한 유통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베트남 현지 카드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중국 철수를 준비 중인 롯데마트는 오는 2020년까지 베트남 매장 수를 현재의 6배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도 올해 46개에서 2020년 82개로 두 배 가까이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도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들어 화학과 금융 계열사들의 규모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많은 유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롯데는 사드 여파로 올해 큰 손실을 경험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매출 의존도가 높은 면세사업을 비롯해 호텔과 백화점,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중국 롯데마트의 경우 사드 보복에 따른 여파로 지금까지 1조2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중국 선양 롯데타운 사업과 청두 복합상업단지 사업도 사드 여파로 공사가 중단되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 두 정부 사이에 해빙 무드가 만들어지며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롯데만 콕 집어 제외시켰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양국 정부 사이에 끼인 기업 입장에서는 딱히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게 재계의 공동적인 반응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물꼬를 터줘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