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도개선 권고안 실효성 없어…'고연봉 최저임금' 여전
제도개선 TF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으로 산입범위 한정
재계 "지급 주기 무관하게 산입범위 포함시켜야"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만 포함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정책 권고안을 발표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기존과 크게 개선된 부분이 없어 최저임금 인상의 폐해는 여전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2일 노동계·경영계·공익 위원 간사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TF는 ‘최저임금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산입범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상여금 중에서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범위는 ‘1년간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으로 한정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는 개선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조건을 ‘매달 지급’으로 한정한다면 연봉 4000만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까지 최저임금에 걸리는 폐해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고임금 근로자의 시간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이유는 2개월 단위로 100%씩 지급되는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월 단위로 쪼개 지급하면 해결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의 상당수가 2개월 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개선안의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일부 기업들은 상여금을 월 단위로 분할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들은 임금 체계 변경을 통한 상여금의 산입 범위 포함을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 혹은 통상임금 판결과 연계한 요구조건 제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두 달에 한 번씩 100%, 설과 추석 연휴에 각 50%, 연말에 100% 등 연간 총 8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입 직원도 연간 4000원 이상의 임금을 받지만 연 800%에 달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됨에 따라 근속기간이 짧은 일부 직원들은 내년부터 최저임금 기준에 걸린다.
회사측은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조에게 두 달에 한 번씩 지급하는 연간 총 600%의 상여금을 매달 50%씩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이를 거부한 채 2년째 회사측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현행 상여금 지급체계를 유지해야 회사측이 최저임금 위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굳이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2014년부터 2년 넘게 노사가 임금체계 개선을 논의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평균 연봉이 94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워낙 임금 수준이 높아 당장 내년 최저임금이 16.4% 올라도 최저임금 하한선에 걸리는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연간 750%에 달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2020년까지 계속해서 비슷한 폭으로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임금체계 개선을 통해 상여금 중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100%의 상여금(연간 600%)을 매월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만 전환해도 최저임금 규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노조가 상여금을 월할 지급하는 대신 이를 잔업·특근 할증 기준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잔업·특근 임금은 기본급의 150%가 지급되고 있으나, 상여금을 월할 지급할 경우 기본급+상여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즉, 할증 기준액에 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현대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잔업·특근 임금을 기존보다 50%가량 더 줘야 한다. 기아차는 이 때문에 생산물량 축소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잔업은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하는 상황에 몰린 사례가 있다.
경총 관계자는 “기본급 외 기업이 지급하는 가장 큰 금액은 상여금인데 이를 지급 주기나 산정 주기와 무관하게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아니라면 제도 개선의 효과는 미미하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 권고안대로라면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10~15% 정도만 산입 범위에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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