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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반도체 호황 착시...불황 간과하면 금융위기 재연"


입력 2018.01.29 14:00 수정 2018.01.29 15:19        이홍석 기자

달러·엔화 대비 원화 강세...수출증가 둔화 지속

제조업 평균가동률 71%....대부분 장기불황

지난 25일 장 마감한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연합뉴스
달러·엔화 대비 원화 강세...수출증가 둔화 지속
제조업 평균가동률 71%....대부분 장기불황


최근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반도체 호황 착시로 전반적인 경기불황을 간과하면 과거 외환외기와 유사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원화강세의 파장과 대응방향’을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날 행사의 주제발표를 맡은 오정근 한국금융ICT학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신장됐지만 전반적인 경기불황을 보지 못하고 반도체 착시에 안주한다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정근 교수는 지난 2012년 이후 원·엔 환율 하락이 한국 수출 증가율을 크게 둔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발제에서 지난 2014년 중반 이후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이 2017년 1월 1208.5원을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급락하며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050원선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한·일간 통화가치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지난해 1월 이후 엔·달러 환율 하락은 제한적인 반면 원·달러만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 원·엔 환율이 2015년 중반~2016년 중반을 제외하면 지난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최저수준인 71%까지 하락했다"며 "대부분의 제조업이 장기불황 상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날 좌담회에서는 원화 강세의 원인으로 ▲경상수지(불황형) 흑자와 자본유입의 지속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에 따른 정부의 외환정책 추진의 어려움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 통상환율 정책에 따른 달러가치 하락 ▲한·미·일간 통화정책의 차이 등 4가지로 분석했다.

또 한국의 대응방향으로 규제개혁으로 투자를 활성화해 불황형 경상흑자 폭을 축소하는 한편 대미 신뢰회복을 통해 환율 통화정책의 운신폭을 넓히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와함께 적극적인 외화유동성 확보로 경제위기에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과도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제시됐다.

오정근 교수는 “지난 2012~2015년 중 미국과 일본은 양적완화(QE) 통화정책을 추진한 반면, 한국은 단순 금리인하 정책에 머물렀다”며 “현재도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따라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유지해 엔화약세가 지속되는 반면, 한국은 금리인상으로 원·엔 환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행사에는 김소영 서울대학교 교수,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 체희율 경기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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