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장밋빛? 불안요소 많아 경계해야"
한경연, "지난해 수출 3년전 실적...반도체 성과 도취되지 말아야"
수출 환경 곳곳에 불안요소 많아...환율·유가·보호무역주의 악재
한경연, "지난해 수출 3년전 실적...반도체 성과 도취되지 말아야"
수출 환경 곳곳에 불안요소 많아...환율·유가·보호무역주의 악재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데 이어 올해 초부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안 요소들이 많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진 수출 성과에 도취돼 올해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1일 올해 우리 수출 환경 곳곳에 불안요소들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금액은 전년대비 15.8% 증가한 5739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수출실적이 9.2% 늘어나며 연초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역대 최단기간 내 5000억달러 돌파하는 기록적인 성과와 함께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1조502억달러)를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5739억 달러라는 수출액은 지난 2014년 실적(5727억 달러)을 회복한 수준이라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에는 세계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각각 8%, 5.9% 하락하며 2년 연속 저조한 실적이 계속된 탓에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은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 한경연의 분석이다.
또 질적인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3대 주력 수출품목 중 9개 품목이 지난 2014년보다 수출 실적이 감소한 점에 한경연은 주목했다. 13대 주력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2%(’17년 기준)에 달하는 만큼 이들 품목의 수출액 변동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한 반도체를 포함해 컴퓨터․선박류․일반기계 등 4개를 제외한 가전(-40.5%), 석유제품(-31.4%), 무선통신기기(-25.3%), 디스플레이(-15.3%) 등 9개 품목의 수출액 감소율은 17.2%에 달했다. 이는 13개 품목 전체로도 영향을 미쳐 3년 전에 비해 평균 2.7% 감소했다.
◆전 세계 교역량 증가와 가격 상승 영향 받은 지난해 수출
지난해 수출 증가가 전 세계 교역량 증가에 따른 영향을 받은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대 이후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와 제조업 해외투자 증가에 따라 자동차와 가전 등 소비재의 수출 비중은 둔화되고 철강과 화학제품 등 원자재와 부품과 장비 등 자본재가 수출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기 호황시 수출실적이 좋게 나타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국 경제의 기록적인 수출 실적도 세계 교역량 증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지난 2016년 1.3%에 불과했던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지난해 3.6%까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지난해 1~9월 전 세계 상품수출은 11조9000억달러로 9.2% 증가했다”며 “같은 기간 우리나라도 10대 수출국 중 1~9월(누적) 수출증가율 1위(18.5%)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수출 호조는 기업의 체질개선으로 인한 물량 증가보다 가격상승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출금액 변동을 가격요인과 물량요인으로 각각 파악하는데 쓰이는 ‘수출 물량지수’와 ‘수출 금액지수’를 비교해보면, 물량지수는 지난해 3분기까지 분기별로 각각 6.6%, 2.8%, 9.4% 증가했던 반면 금액지수는 17.2%, 12.6%, 18.9%로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도 ’16년 수출액 대비 57.4% 급증했던 반도체는 D램 현물 가격이 89.9%, 낸드(NAND) 현물가격이 49.1% 상승했을 뿐 아니라 메모리 수요 급증까지 더해져 단일품목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이 900억 달러(979억4000만달러)를 돌파했다.
또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도 유가 상승세를 타고 수출 단가가 상승하며 지난해 수출액 대비 각각 31.7%(석유제품), 25.3%(석유화학) 증가했다.
◆원화강세와 고유가에 보호무역주의로 수출경쟁력 악화 우려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원화강세와 고환율도 수출증가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초 대비 10%이상 떨어져 106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초 배럴당 60달러였던 유가는 6주 만에 70달러(1월 15일 브렌트유 기준 70.26달러)를 넘어서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보호무역기조 강화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정부는 수입산 세탁기에 최대 50%, 태양광 전지 및 모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면서 국내 전자·태양광 업체들의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추가 관세 부과는 불가피하게 완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판매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우리 수출이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그 내용들을 보면 낙관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양자·다자 채널을 통한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하고, 기업들도 수출 품목 다변화 등의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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