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김영란법 개정에 전통주‧건강식품은 소외
권익위, 홍삼과 과실 주스도 10만원 상한가 적용
전통주만 개정에서 제외…모호한 기준으로 업계 혼란 가중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가액을 10만원으로 상향하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농축수산물 원료·재료 기준에 대한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 부처들은 서로 답변을 떠넘기며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개정돼 농축산물과 원재료 비중이 50%가 넘는 농축산 가공품의 경우 선물가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됐다. 그러나 홍삼 농축액, 전통주와 같은 제품은 원재료 함량이 50% 이하라는 이유로 개정안 시행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체들의 문의가 쏟아지면서 권익위원회가 홍삼, 과일주스 등 농축산 가공품에 대해서도 10만원까지 상한액을 적용키로 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업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2일 홍삼과 과실 주스 등 농축산 가공품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선물가 상한액을 적용키로 했다. 다만 홍삼류 제품에서도 홍삼 함량이 50% 초과인 진액이나 절편 등은 10만원 선물이 가능하지만 50% 이하의 연한 농도의 제품은 5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50% 함량이라는 기준은 있지만 농축액이 사용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원재료 기준이 모호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통주와 과실주는 여전히 논의 대상에서 배제됐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 등으로 빚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물을 넣어 도수를 맞추는데 평균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6%정도다. 권익위는 이를 쌀 함량으로 간주해 원재료 비중이 50%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전통소주로 대표되는 증류주도 이와 마찬가지다.
반면 와인은 포도 등 원물을 그대로 빚어 숙성시켜 만든다는 이유로 선물가액이 10만원까지 확대됐다.
이와 함께 전통주와 과실주를 포함한 복합선물세트의 상한액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전통주와 콜래보래이션한 복합선물세트 비중이 늘고 있지만 이 제품들의 선물가액 기준이 없다 보니 소비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화상품권, 한우, 전통주 등 복합 선물세트 구성 비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상한선을 5만원에 둬야할 지 10만원 이하에 둬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 부처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물액 상한에 대해 문의하는 업체들에게 정부 유관 부처들은 "청탁금지법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 해석을 요구하라"고 미루고 있고, 권익위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농축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법 개정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개정 취지가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에 대해 소비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인데 그걸 살리지 못해 아쉽다"면서 "당장 설이 코앞인데 모호한 기준 때문에 마케팅 방향 설정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사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