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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당' 홍준표 대표 앞의 세가지 길은...


입력 2018.03.24 08:09 수정 2018.03.24 16: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①대충하며 내부에 총질하고 외부 환경 핑계

②선대위 꾸려 결전 치르기 ③환골탈태 리더십 바꾸기

자유한국당에서 당내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진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당내에는 공공연히 “지난 대선은 ‘박 전대통령 리스크’라면, 이번 지방선거는 ‘홍준표 리스크’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동안도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잠복해 있었다. 홍 대표는 끊임없이 설화를 일으켰다. 막말로 ‘정치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 일각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반발했고 상대를 윽박질렀다. 당의 존망이 걸려있는 큰 선거를 앞두고, 또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 파상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전분열을 야기한다는 논리였다.

한국당 의원들도 속으로는 ‘부글부글’했지만, 꾹 참고 견뎌야 했다. 그래도 홍 대표의 전투력을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먼저 나서면 정을 맞는다’는 보신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정부·여당의 사정공세와 보수진영내 압박으로 현실적 위험을 외면했다. 일단 생존이 먼저였다.

비겁하리만큼 소극적이던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 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막말 등 자질은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리더십 자체가 없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여권을 상대로 한 그의 막말엔 예리함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본격적인 전쟁이다. ‘무부(武夫)의 용(勇)’을 자랑하며 칼 한 자루를 휘두르던 장수를 지휘관으로 삼았더니, 그는 적에 맞서기보다 ‘아군의 군대만 망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든 것이다. ‘천막당사’때보다 불리한 지형에서 전투를 해야 하는데, 그는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전투는 ‘해보나 마나’로 보인다.

병법은 전투의 3대 요소로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든다. ‘천시’는 기후조건 등이고 ‘지리’는 입지적 유·불리다. 당연히 ‘천시’보다 ‘지리’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화’다. ‘스스로 먼저 패하지 않고 무너지는 군대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군의 인화’는 승패의 관건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탄핵정국과 새로운 정부 등극, ‘적폐청산 드라이브’ 등으로 최악의 환경에서 큰 전쟁에 임해야 한다. ‘천시’도 불리하고, ‘지리’는 더 나쁘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 사람들이 똘똘 뭉쳐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하늘이 감동하고, 감화된 많은 사람이 도움을 주려고 들어 올 것이다. 그 결실이 ‘인재영입’으로 나타난다. 결국 전투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은 불리한 환경을 유리하게 변화시킬 힘이 있다.

홍 대표는 가장 불리한 환경에서 그나마 희망이 될 ‘인재영입’에 실패하고 있다. 당내 ‘인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유권자 뿐 아니라, 당 구성원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가 거론만 하면 불출마선언을 한다. 그야말로 ‘마이너스 손’이다. 이전에도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에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그 길을 걸었다. 홍 대표는 이석연을 최상의 맞춤형 카드라고 했고, 오세훈은 ‘당의 제일 중요한 자산이고 당을 이끌어 갈 지도자감’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석연의 불출마에 대해선 별 말이 없었고, 오세훈 불출마선언에 대해서는 말을 바꾸어 ‘우리당 사람이 아니야’라고 했다.

참고 참았던 당내 중진들이 들고 일어날 만 한 상황이었다. ‘홍준표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라’고 했고, 당무에서 벗어나 ‘자중자애’하라고 했다. 당권, 공천권을 내려놓으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리라. 홍대표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사당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의 검증절차와 민주적 선출과정은 철저히 무시됐다. 어떤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분위기를 띄워 본선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 지방자치단체장은 그렇다 치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를 전략공천하고 있다. ‘당권’에 대한 노골적인 욕심이다. 친홍계 국회의원을 한사람이라도 늘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보인다. 지방선거 결과 광역단체장 6명을 당선시키지 못한다면 당대표에서 물러나가겠다고 공언하다가,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있다.

자신을 흔드는 국회의원을 총선 때 강북험지로 차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떤 상황이 와도 총선 공천은 자신이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임기를 채울 테니 ‘까불지 말라’는 경고다. 그가 당권에 대한 집착을 노골화할 수 록 지방선거 ‘폭망론’, ‘폐허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홍대표는 예상되는 패배에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 같으니, ‘완전히(폭삭) 망해야’ 당권교체가 가능하고, 그 다음에야 희망이 생길 수 있다는 바람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에는 몇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지금처럼 대충 연명하며 예상되는 패배를 감당하는 것이다. 홍 대표는 결과에 승복하기 보다는 외부 정치환경과 당내 ‘바퀴벌레’, ‘연탄가스’ 핑계를 댈 것이다. 패배 후에도 계속된 혼란이다. 둘째는 대표가 ‘2선후퇴’를 하고 선대위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풍을 만들어 제대로 결전을 치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총선에서 성공했던 대응책이다.

제3의 길도 있다. 홍 대표가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다. 객관적으로는 가장 쉽지만, 개인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옵션이다. 말을 앞세우기보다 정성을 들여 인재를 모셔오는 것이다. 당내 언로를 열고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남탓하기 보다 해법에 집중하는 것이다. ‘선당후사’를 실천하여 ‘믿을 수 있는 지도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래야 실의에 차있는 보수진영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승패와 관계없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상징성있는 지역은 서울과 경남이다. 서울은 말할 필요없이 전체판도의 얼굴이다. 서울시장 후보는 지금 상황에서 최상의 카드를 선정하여 ‘삼고초려(三顧草廬)’하는 정성을 보여야 한다. 패배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인정은 받아야 한다. 변화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진심을 보이고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등 돌렸던 인재들이 돌아 올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에 거물을 영입하면 홍대표는 당내 입지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다. 우선 이 국면을 넘겨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경남지사는 PK지역의 교두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고, 홍준표 대표의 후임을 뽑는 지역이다.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서울의 김병준 전부총리와 경남의 김태호 전지사가 아직 살아있는 카드다. 변죽만 울렸지, 둘 다 당대표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가장 유력한 대안을 자신의 보신을 위해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수진영은 지리멸렬이다. 전직 두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다. 그러나 최악을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을 살리는 것은 지도자의 정성이다. 선택은 홍 대표의 몫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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