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영리한 인수작전' 또 통했다
무관심 전략으로 ADT 캡스 극적 인수
‘통신+보안’ 시너지로 새 먹거리 텃밭 키운다
무관심 전략으로 ADT 캡스 극적 인수
‘통신+보안’ 시너지로 새 먹거리 텃밭 키운다
SK텔레콤이 보안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글로벌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를 인수한지 약 3개월만이다.
SK텔레콤은 8일 보안 2위 업체 ‘ADT 캡스’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규모는 2조9700억원이나, SK텔레콤이 실질 투자한 인수 대금은 7020억원이다. 업계에서 성공적인 인수라고 평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통신과 보안 산업의 시너지를 높여, 4차 산업혁명을 발빠르게 선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뇌 싸움’ 통했다...인수가 대폭 절감
이번 인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가격이다. ADT 캡스 전체 인수규모는 2조9700억원이다. 다만 2조9700억원은 ADT캡스의 부채상환을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다. 실제 지분 인수 금액은 1조2760억원이다.
SK텔레콤은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ADT캡스의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는 ‘사이렌 홀딩스 코리아’를 통해 지분 인수를 했다. SK텔레콤은 7020원으로 ADT캡스 지분 55%와 경영권 확보, 맥쿼리는 5740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보유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ADT캡스 부채를 떠안았음에도 보안 시장에서의 영향력 등을 생각하면, 실질 인수 금액을 대폭 절감하면서 55% 지분과 경영권까지 확보한 영리한 전략이었다고 보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SK그룹내 인수합병(M&A) 전략가로 통하는 박정호 사장의 결단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박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SK텔레콤이 ADT캡스의 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투자 운용사 칼라일과의 두뇌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평이다.
칼라일은 2014년 ADT캡수 지분 100%를 2조816억원에 인수했다. 당연히 칼라일은 비슷한 금액에서 매각을 예상했었다. 칼라일은 SK텔레콤이 인수전에 들어올 것으로 확신하며, 초청장을 배제하며 조바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초지일관 무관심으로 응대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예비입찰과 지난 2월 본입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지 않아 거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 인수가격과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SK텔레콤은 처음 합의한 인수가 3조원을 밑도는 2조9700억원에 ADT캡스를 품에 안았다.
◆ 보안+AI 상품 쏟아진다...신산업 박차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는 ‘통신업 탈피’를 강조해온 박정호 사장의 의중이 무엇보다 잘 반영됐다. 회사는 ADT캡스를 인수해서 뉴(New) ICT 기술 기반 차세대 보안사업자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보다 보안 기술이 중요하다. 구글, 아마존 역시 보안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때 SK텔레콤 역시 업계 2위 보안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선도 업체로 치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물리 보안 시장은 에스원이 56%, ADT 캡스 28%, KT텔레캅 13%, NSOK 5% 등이다.
회사는 우선 AI, 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통합 보안 시스템 구축을 검토중이다. 통신과 보안을 결합해 시너지를 높인 상품도 예상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대표 보안 상품인 CCTV에 AI가 결합한 서비스도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AI+무인점포’, ‘AI+보안+보험’, ‘AI+보안+드론’ 등의 상품이 나올 수 있다.
SK텔레콤 측은 “ADT캡스를 2021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키울 것”이라며 “보안과 생활 안전 영역, 에너지 관리, 드론 등 영역을 무한 확장해 각 영역별 플레이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보안 생태계를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 맥쿼리 컨소시업의 ADT캡스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신고 및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해 3분기 안에 완료될 계획이다. 단 자회사 SK텔링크도 NSOK를 통해 보안 사업을 하고 있어 교통정리는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NSOK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인수로 규모가 커지고 시장성도 확보될 것”이라며 “시너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 세부 사항은 인수 최종 확정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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