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환경 개선 법안 '환영...논의는 언제?
윤상직 의원,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도입 상법 개정안 추진
기업 경영권 방어 '긍정적'...국회서 다뤄질지 기대감은 낮아
윤상직 의원,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도입 상법 개정안 추진
기업 경영권 방어 '긍정적'...국회서 다뤄질지 기대감은 낮아
최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투기자본의 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을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하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기업들의 위협 요인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은 15일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는 제도다.
포이즌 필(Poison Pill)로 잘 알려진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으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권 방어에 효과적인 제도이지만 주식 헐값 발행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어 독약(포이즌 필)으로 불리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두 제도가 1주 1의결권 원칙에 반하고 대주주 권한 남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외국 투기자본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 의원은 "국내 기업이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제2의 소버린과 엘리엇이 나오지 않도록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말했다.
이에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기 자본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개정안 발의로 상법 개정안 논의가 기업 경영권 보호에 보다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법개정안 시급한데도 국회 논의 미미...대부분 경제민주화 내용"
하지만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환경 개선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은 높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 국회에는 총 13건의 상법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과 특검 등 산적해 있는 이슈가 많아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또 한 달 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개별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워 현재로서는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이후인 9월 정기국회 때나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 공격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도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보다 시급히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법 개정안 대부분이 경제 민주화를 주요 내용을 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계류 중인 13건 중 대부분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의무화,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대주주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법무부도 지난달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이사 선임시 특정 후보 한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는 제도)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시 1인 이상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추진 방안'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윤 의원 안과 비슷하게 기업 경영권 보호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는 법안은 지난 11월 권성동 의원(자유한국당)이 차등의결권주식과 거부권부종류주식 등 경영권방어수단 신규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발의한 개정안 정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지면 계류 중인 모든 개정안을 병합심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법안 수나 국회 구성에서 기업 경영권 보호보다는 경제민주화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도 재계의 기대감이 낮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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