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아베’ 만든 ‘일본인 납북자’…여론반전 노려
북미정상회담 前 미·일 협력관계 다져 ‘잇속 챙기기’
‘정치인 아베’ 만든 ‘일본인 납북자’…여론반전 노려
북미정상회담 前 미·일 협력관계 다져 ‘잇속 챙기기’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내달 7일 백악관에서 미국과 일본 정상이 마주 앉게 된 것은 ‘재팬 패싱’을 우려한 일본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 취소’를 통보했을 때만 해도 일본은 ‘취소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재추진하자 일본은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28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2일 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데다, 미·북 간 협의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담 실현을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흘 전 방러 중인 아베 총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북미정상회담 취소가) 유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이토록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이유는 뭘까. 일본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성과’를 가늠할 사건이 얽힌 만큼 이번 회담에서 일본의 역할 축소를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과거 아베 총리를 ‘정치인’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테마였고 일본 정부가 남·북·미 관계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테마기도 하다.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방북할 당시, 관방 부장관으로 동행한 아베 총리는 “김정일의 사과가 없으면 북일 공동성명 서명 없이 무조건 귀국하자”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 2014년 북한에서 일시 귀국한 납북자 5명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후 ‘납치의 아베’라 불리며 2006년 총리직에 올랐다.
최근 사학재단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위기를 맞은 아베 총리가 납북자 문제에 성과를 낸다면 일본 내 악화된 여론을 돌아서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재기가 걸려있기에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잇속을 톡톡히 챙겨가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통보 때도, 북미정상회담 재개 발표 때도 ‘납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25일 급작스런 정상회담 취소 소식에 일본 외무성 간부는 “납치 문제 해결에는 북·일 정상회담이 불가결하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중지로 외교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니혼자게이자이신문은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북미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 문제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납치 문제도 진전되지 않는다. 일본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서둘러 열릴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 교도통신은 28일 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일 정상이)향후 대북 대응을 협의하고 6월 초순까지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방침을 조율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달 17일 미·일 정상이 만났을 때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일본인) 납치 문제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한 바 있다. 북미정상회담 전, 미·일 협력 관계를 다져야 하는 만큼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가 주목된다.
그런가하면 최근 북한은 일본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조선중앙통신이 일본을 향해 ‘우리 민족의 대사를 그르치려는 섬나라 난쟁이들의 망동을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다’라는 논평을 낸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행장을 차리기 전에 마음부터 고쳐먹으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해당 논평에서 북한은 아베 총리에 대해 "지난해에는 도쿄 한복판에 당장 미사일이 날아와 터질 것처럼 '북조선위협'을 요란스레 떠들며 군국주의 광풍을 일으켜 위기를 모면하더니 정세가 돌변하여 조선반도에서 평화의 훈풍이 불자 이제는 '평화의 사도'로 둔갑하여 평양길에 무임승차하겠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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