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감당안돼”…강남 상가 포기하는 자영업자들
높은 임대료에 인건비까지…폐업률이 창업률 앞질러
#.서울 강남구에서 5년째 호프집을 운영해온 최모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강남구라는 특성상 높은 임대료를 그간 어떻게든 감당해왔지만, 최근에는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도저히 가게 운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가게 문을 닫은 지 3개월이 지나도 선뜻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또 다른 자영업자도 없는 상황이라 가게는 현재까지 공실로 비어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수단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고 이를 실행하겠다고 나섰지만 도리어 일자리가 늘기보다 줄어들고 있다. 그통에 자영업자들까지 불경기를 못 이기고 나앉아 버리는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2018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오피스나 상가의 공실률은 전 분기와 지난해 1분기 대비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공실률은 오피스가 12.7%, 중대형 상가는 10.4%, 소규모 상가는 4.7%로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1.2%p, 0.9%p, 0.8%p 상승했다.
특히 강남 신사역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7.8%로 지난해 1분기(2.9%)에 비해 급등했다. 해마다 높아지는 임대료와 최근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져 상가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사역 가로수길에서 수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이제 좀 자리를 잡아가나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에 있다”며 “임대료도 임대료지만 직원들 인건비 지출에 대한 부담도 크다. 매일 들어가는 식재료에 일당까지 제하고 나면 수익은커녕 임대료를 내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상승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문화에 활력을 더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먼훗날 이야기. 그때까지 버틸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면서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어려운 상황에서 임금 지출까지 늘린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17년 하반기 전국 8대 업종의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넘어섰다. 새로 생겨나는 업소보다 사라지는 업소가 많았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8개 업종 중 창‧폐업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나 많은 이들이 음식점을 창업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업소보다는 문을 닫는 업소가 더 많았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영업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 창업보다 폐업을 택하는 상인들이 많다”며 “특히 임대료 부담이 높은 강남 지역에서는 신규 창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공실 증가의 원인을 높은 임대료라고만 보기에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며 “자영업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상가 임대차 시장도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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