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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놀랍다 박정민, 새롭다 김고은…영화 '변산'


입력 2018.06.22 09:29 수정 2018.06.22 21:10        부수정 기자

이준익 감독 청춘 3부작

이야기·랩 절묘한 조화

이준익 감독의 '변산'은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메가박스(주)플러스엠

박정민·김고은 주연
영화 '변산' 리뷰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는 고향 변산을 떠나 서울에 올라와 발렛 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6년 연속 도전하며 열정을 불태우지만, 또다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안 풀리는 나날을 보내던 학수는 전화 한 통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전화를 받고 도착한 곳은 건달 아버지(장항선)가 입원한 병원. 학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도 찾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탓에 학아버지를 외면한다.

이후 학수는 학창시절 동창 선미(김고은) 외에 옛 친구들 여럿을 만난다. 떠오르고 싶지 않은 흑역사를 알고 있는 친구들을 보는 건 반갑지 않다. 하루빨리 고향을 뜨고 싶었던 학수는 예측 불허의 사건을 겪으며 위기를 맞는다.

'변산'은 '동주'(2016), '박열'(2017)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세 번째 이야기다. '변산'은 변방에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외곽에 있는 삶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학수와 선미를 비롯한 여러 인물을 통해 우리가 흔히 봐왔거나 겪었던 청춘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미래의 안정된 삶을 위해 고향에서 생활 터전을 마련하거나 꿈을 위해 고향을 떠나는 청춘, 아르바이트하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는 청춘 등의 면면이 익숙하다.

이 감독은 팍팍하고 지친 청춘의 삶을 웃프게(웃기지만 슬픈) 그려냈다. 뭘 해도 안 풀리는 학수가 맞닥뜨리는 상황이 우울하지 않고 깨알 웃음을 준다. 아버지 간호를 위해 휴직까지 한 선미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힘들지만 희망이 깃든, 유쾌한 극의 분위기가 가슴에 콕 박힌다.

이준익 감독의 '변산'은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메가박스(주)플러스엠

우리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장면을 끄집어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건 영화의 또 다른 미덕. 소소한 재미와 감동 포인트다.

이 감독은 학수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와중에 학수의 마음이 담긴 랩을 곳곳에 넣었다. 자칫하면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릴 수 있는 부분을, 매끈하게 이어놓았다. 극 후반부 나오는 안무 장면도 빛난다. 관객의 마음을 쿵쿵거릴 듯하다.

이 감독은 "영화적으로 잘못 사용하면 불리할 수 있는데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잘 표현해서 감독으로서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청춘 시리즈를 만들어온 그는 "'동주', '박열' 속 주인공들이 바라고 바랐던 청춘을 현재의 청춘이 살고 있다"며 "청춘들이 무언가를 피하지 않고, 많이 다투고 화해하며 살았으면 했다. 청춘은 뚜렷하게 전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것 같다. '아재'인 내가 청춘들의 삶을 찍으면서 행복했고, 많이 배웠다. 아재스러움을 억지로 벗거나 내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편한 과거를 마주하는 순간에 나오는 인간의 천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가족, 친구들, 사람들 사이에서 겪었던 상처와 위로, 격려 등이 학수를 성숙하게 한다"고 전했다.

연출에 대해선 "슬픔과 웃음 사이에 재미와 긴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픈'(웃기지만 슬픔) 상황에 주목했는데, 이런 과정을 인물들이 거쳐 상처를 치유하고 슬픔을 아름답게 완성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달성해야 하는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점을 영화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의 '변산'은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의 9할은 박정민이다. 박정민은 상처를 품은 캐릭터의 감정, 어려운 랩, 마지막 춤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변산'은 박정민 매력의 결정체를 담은 작품으로, 박정민 팬들에게 '강추'한다.

박정민은 직접 가사를 쓰고 비트를 만드는 등 곡 작업에도 참여했다.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얀키가 랩 작업을 도왔다.

박정민은 "래퍼들의 음악을 참고하며 가사를 썼다"며 "마지막 장면에 나온 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관객들이 학수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랩을 연습했는데, 학수의 마음과 감정을 넣은 가사도 써야 했다.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고 고백했다.

김고은은 선미 역을 맡아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차진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캐릭터를 위해 8kg을 찌운 그는 "행복하게 살을 찌운 뒤 눈물의 다이어트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캐릭터에 대해선 "최대한 선미와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고준, 김준한, 신현빈 등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아쉬운 점은 125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다. 몇몇 장면을 편집했으면 더 나을 뻔했다.

7월 4일 개봉. 125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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