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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손보사 공격 영업 우려


입력 2018.08.08 06:00 수정 2018.08.08 06:56        부광우 기자

"당뇨·고혈압 있어도 암 보장 상품 가입 OK"

위험 무릅쓰고 인수 기준 완화…뒷감당 가능?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보험(인보험) 시장을 둘러싼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보험(인보험) 시장을 둘러싼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암 보장이 들어 있는 상품에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고객들까지 가입을 받아주기로 하면서 포문을 열자 다른 손보사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이에 동참하고 있다. 손보사 입장에서 장기 인보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이른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공격 영업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따른 후유증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부터 이번 달 10일까지 암에 대한 보장이 담긴 통합형 보험에 인수심사를 완화한 간편 플랜을 적용하고 당뇨와 고혈압 등 여부와 상관없이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손보업계에서는 당뇨와 고혈압 환자들도 사실상 조건 없이 암보험 가입을 받아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손보사들은 해당 병력이 있는 고객들에 대한 암보험 가입을 제한해 왔다. 특히 당뇨의 경우 암 발생과 연관성이 커 암보험 가입이 어려웠다.

이처럼 대형 손보사가 당뇨와 고혈압 환자들의 가입 장벽을 낮추자 상대적으로 영업이 불리해진 다른 손보사 영업 조직에서는 인수심사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다른 몇몇 대형 손보사들도 결국 최근 들어 인수 기준 하향 조정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심사 담당 부서에서는 향후 위험 관리 차원에서 이를 꺼렸지만 현장의 요청이 거세지면서 끝내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낀 6~8월은 통상 보험 영업의 비수기”라며 “보험사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영업 촉진 정책들이 나오곤 하는데 올해 메리츠화재가 좀 더 빠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보는 장기 인보험 강화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가 이번에 인수 요건을 낮춘 통합형 보험은 대표적인 장기 인보험 상품으로 꼽힌다. 장기 인보험에는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꼽히는데 이들 대부분 최근 손보사들의 주력 판매 상품들이다.

손보사들이 장기 인보험 판매에 적극적인 이유는 우선 수익성이 뛰어나서다. 손보사들이 취급하는 대표적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보험이라는 특성 상 고객층이 워낙 넓지만 그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보험료 수준은 낮은 편이다.

33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도 고객은 많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이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품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사들의 손해보험 손해율은 평균 114.3%에 달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즉, 이 수치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사가 받은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료가 많았다는 의미다.

반면 인보험은 어떻게 상품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고객이 한 번 가입할 경우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은 손보사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이다. 1년 마다 갱신 기간이 돌아오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은 고객 이탈로 인한 수입보험료 감소를 걱정해야 하지만, 장기 인보험의 경우 길게는 20년까지 지속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도 손보사들이 장기 인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2021년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 때문에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이처럼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장기 인보험에 대한 손보사들의 영업이 과열될 경우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인수심사 요건을 낮추면 당장의 수익성 개선에 유리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향후 손해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게 되면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력자 가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언더라이팅 기준을 낮추면 고객 확보에는 즉각 큰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따라서 미래의 위험은 커지게 된다"며 "이로 인해 손해율 관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부담을 나눠지는 보험 상품의 기본 구조 상 보험료 상승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건강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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