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점포 지원 대폭 축소…대리점 영업 '드라이브'
올해 들어 점포운영비 급감…지난해 1/4 수준까지 삭감
점포 대신 대리점 영업 강화…최대 생보사 실험에 관심
삼성생명이 올해 들어 점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까지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생명이 수년째 꾸준히 점포를 줄이는 대신 대리점을 확대해 온 변화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생명보험사 현장 영업의 핵심 조직이었던 점포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고객 모집 채널을 다양화하려는 국내 최대 생보사의 실험에 생보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이 점포운영비로 쓴 금액은 32억원으로 전년 동기(116억원) 대비 72.4%(84억원) 급감했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해마다 200억원 이상이었던 삼성생명의 연간 점포운영비는 올해 100억원에도 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의 점포운영비 삭감은 경쟁 생보사들과 비교해 봤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게 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씀씀이를 줄이면서 다른 대형 생보사들 역시 점포 운영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비용 축소 수준일 뿐 삼성생명처럼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곳은 찾기 힘들었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함께 생보 빅3로 불리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점포운영비 감소폭은 10% 안팎에 그쳤다.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점포운영비는 508억원으로 전년 동기(573억원) 대비 11.3%(65억원) 줄었다. 교보생명의 점포운영비는 227억원으로 같은 기간(299억원) 대비 7.4%(22억원)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점포운영비 감축은 최근 계속된 점포 정리와도 맞닿아 있다. 삼성생명의 현장 점포는 최근 5년 동안 5개 중 1개 가까이 문을 닫았다. 본부와 지점, 영업소를 합친 삼성생명의 점포수는 ▲2013년 말 863개 ▲2014년 말 825개 ▲2015년 말 788개 ▲2016년 말 730개 ▲2017년 말 708개 등으로 이 기간 18.0%(155개) 감소했다.
삼성생명이 이처럼 점포를 줄이는 대신 선택한 영업 창구는 대리점이었다. 2013년 말 1925개였던 삼성생명 대리점은 ▲2014년 말 1903개 ▲2015년 말 1966개 ▲2016년 말 2400개 ▲2017년 말 2683개로 39.4%(758개)나 증가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대리점은 핵심 판매 채널로 자리 잡으며 전통의 영업 조직인 설계사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손해보험업계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미 설계사보다 많은 모집 실적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국내 15개 손보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원수보험료에서 대리점이 차지한 비중은 42.2%로 설계사(26.6%) 채널을 압도했다.
이 같은 대리점 영업 확대의 중심에는 이른바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는 독립법인대리점(GA)이 자리하고 있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비자는 한 곳에서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고, GA 소속 설계사는 특정 보험사 상품만 모집할 수 있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가지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맞물리면서 보험 시장에서의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보업계에서 대리점 영업의 몫은 설계사의 절반가량에 그치고 있다.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통상 손해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고 가입 기간이 긴 만큼 아직 소비자들이 대리점보다는 전속 설계사를 통해 관리를 받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25개 생보사의 초회보험료 수입 가운데 대리점 계약의 비중은 7.5%로 설계사(19.2%)보다 크게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생보사로서 생보업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삼성생명이 대리점 확대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 결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진 정보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험 가입 시 설계사부터 찾던 과거의 방식이 크게 깨져나가고 있다"며 "이런 수요에 맞춰 삼성생명이 생명보험 시장에서도 대리점 영업이 확실히 먹힐 수 있음을 증명할 경우 다른 생보사들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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