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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롯데 경영권과 맞바꾼 7000억원…매각대금은 어디로?


입력 2019.03.27 15:15 수정 2019.03.27 16:01        최승근 기자

신동주-민유성 대표 자문료 싸움으로 밝혀진 '프로젝트L' 내막

오너 일가의 주식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해 ‘먹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신동주-민유성 대표 자문료 싸움으로 밝혀진 '프로젝트L' 내막
오너 일가의 주식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해 ‘먹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한 때 동지였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전 산업은행장)의 법정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20부는 오는 29일 민유성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문료 청구 소송 7차 변론기일을 열 예정이다. 신 전 부회장과 민 회장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쟁탈을 위해 함께 손을 잡았지만, 자문료 미지급 문제로 현재 100억원대 소송을 진행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민 회장과 함께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프로젝트L’이라는 계획을 추진했다. ‘프로젝트L’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과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탈환할 목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국내에 기반이 없는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민 회장이 ‘대리전쟁’을 치룬 것이다.

민 회장은 지난 1월에 열린 6차 변론기일에서 2시간 가량 ‘프로젝트L’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법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 회장은 진술을 통해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정보를 검찰 등에 넘기고 국민적 공분을 사 경영권 분쟁을 공론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롯데호텔 상장을 방해하는 등의 해사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민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주식 처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2017년 2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쇼핑 지분의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173만883주(3900억원)를 매각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보유지분의 97%를 매각해 7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민 회장은 “롯데지주 설립을 미리 예상했고, 17년 9월 초까지 주가를 예측하고 타이밍 좋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만들어 신 전 부회장이 수천억원을 벌 수 있게 해줬다”며 “신 전부회장도 만족하고 고마워했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L프로젝트 관련 6차 변론에서 ‘롯데그룹을 국부를 유출하는 일본기업으로 프레임을 만들어왔다’고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되려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한국의 롯데그룹 지분을 스스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IB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2017년 2월 롯데쇼핑 지분 매각 당시 매물의 상당 규모를 미국과 유럽계 펀드 등 해외 기관 여러 곳이 나누어 받아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매각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은 주식 매각 대금을 일본 광윤사의 차입금 상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금 대납을 위한 차입금 상환, 한국에서 신규사업 투자 등 용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어떻게 활용됐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주장하며 다른 한편에선 자신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주식을 대부분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부호로 남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현재 롯데지주 보유 지분율은 0.2%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복귀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의 분할과 합병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주식 매각이 경영권과 관련된 모든 사안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경영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가 본인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주장하며 장남이자 롯데그룹 임원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아버지의 뜻과는 전혀 반대되는 행위에 눈총을 산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주 보호를 위해 만든 주식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오너가에서 활용해 현금화한 것에 대해 ‘먹튀’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활동을 위해 국내에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에 지금껏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수백억 투자에도 불구하고 주 목적인 경영권 탈환에 실패한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앞에서는 경영권을 주장하고 뒤에서는 롯데를 팔아 치운 꼴”이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진심으로 롯데의 경영을 원했던 것조차 의문이다. 더 이상 경영권을 논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올 들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이번 29일에 열릴 7차 변론기일에 모습을 내비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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