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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상외교, 日아베 만나 '정점' 찍나


입력 2019.04.30 17:04 수정 2019.04.30 17:07        이배운 기자

日아베, 한반도 비핵화 참여 및 납북자 문제 해결 절실

北김정은, 통치자금 고갈 및 식량난 위기

태영호 "아베가 식량지원 선물로 내밀면 김정은 테이블로 나와"

日아베, 한반도 비핵화 참여 및 납북자 문제 해결 절실
北김정은, 통치자금 고갈 및 식량난 위기
태영호 "아베가 식량지원 선물로 내밀면 김정은 테이블로 나와"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중·러 등 한반도 주변국 정상과 잇따라 대면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반도 영향력 확장 및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꿈꾸는 아베 총리와 대북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김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북일 정상이 17년 만에 다시 악수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베 내각은 지난 몇 년 동안 강력한 대북 압박을 펼쳐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고 핵·미사일 위협을 해소하겠다는 기조를 고수해왔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부각시켜 보수우익 여론을 결집하는 이른바 '북풍몰이' 전략은 북일관계를 악순환에 몰아넣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주변국들과 대화에 나서자 아베 총리도 "북한이 올바른 길을 간다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대북 강경론을 물렀고, 이후로도 정상회담 개최 및 관계 회복 의지를 수차례 내비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BBC

최근에도 북한을 향한 구애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6일 미일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정상회담 실현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북한과 대화의 다리를 놓아 달라는 아베 총리의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3월 일본은 16년 동안 유렵연합과 함께 주도해 왔던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작성에 불참을 선언했고, 이달 발표된 '2019 외교청서'에는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력'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북일 대화를 성사 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북일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아베 총리는 일본이 한반도 비핵화 무대에서 소외를 겪었다는 비판 여론을 불식 시킬 수 있다. 아울러 정치적 구호인 '강한 일본' 부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패권과 연결된 비핵화 협상에 참여해 대 한반도·북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북일관계 회복은 납북자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정계에 입문하면서 부터 납북자 문제를 일본 정치의 중대 현안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이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은 주요한 업적이 되고, 오는 7월 개최되는 참의원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삼지연 감자가루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도 바닥난 통치자금과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아베 총리와의 만남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남북관계에 이어 북일관계를 회복해 대북제재 구멍을 넓히기 위한 외교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지난 29일 북한 정세 관련 토론회에서 "지난해 김정은은 대북제재가 금방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머니가 바닥나도록 돈을 썼다"며 "북한 내 식량난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공사는 이어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선물로 인도주의적 식량지원을 내밀면 김정은은 기꺼이 테이블로 나올 것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일정상회담 협력 의사를 밝힌 점에 비춰, 미국은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을 승낙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다만 북일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북한의 뿌리 깊은 '반일 감정'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주변국들과 관계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와중에도 북한 매체들은 일본을 겨냥해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재침략 야망을 드러냈다', '역사의 죄악에 대한 반성을 안한다'며 연일 맹비난을 퍼부었고, 이같은 기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한에서 항일·반일 정신은 김 씨 일가 독제체제를 정당화하는 주요한 축이고 실제로 주민들의 의식에도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김정은도 본인을 항일 지도자로 선전해온 만큼, 갑자기 적국의 수괴인 아베와 악수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선뜻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관측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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