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장 관련 익스포저, 1년 새 3000억 이상 줄어
'亞 금융 허브' 입지 흔들…자본 이탈 더 빨라질 듯
홍콩 시장 관련 익스포저, 1년 새 3000억 이상 줄어
'亞 금융 허브' 입지 흔들…자본 이탈 더 빨라질 듯
국내 6대 은행의 자금에서 최근 정국 불안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홍콩 금융 시장과 연계된 금액이 1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은행들이 최근 1년 동안에만 이를 3000억원 넘게 줄였고, 비상 상황을 대비한 완충 장치를 강화해 왔다는 점에서 당장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홍콩 금융 시장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데다 정국 불안까지 확산하고 있는 만큼, 현지 마켓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자본 엑소더스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들이 홍콩에 보유한 익스포저는 총 1조84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익스포저는 금융사의 자산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로 신용 사건 발생 시 받기로 약속된 대출이나 투자 금액뿐 아니라,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가리킨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홍콩 내 익스포저가 773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전체 보유량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액수다.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홍콩 시장 익스포저가 각각 4287억원, 4104억원으로 4000억원 대를 기록했다. 또 기업은행은 1176억원, 국민은행은 1122억원으로 1000억원 대를 나타냈다. 농협은행은 67억원으로 홍콩 관련 익스포저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이처럼 홍콩과 연계된 금융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현지의 정치적 불안에 있다. 사회 혼한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금융 시장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홍콩에서는 범죄자를 중국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에는 140만~15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도심에 모여 관련법 폐기를 요구했다. 1주일 전인 9일에 100만여명이 모였던 집회보다 참여 인원이 더욱 늘었다.
이를 계기로 홍콩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키우겠다던 중국의 구상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동안 중국이 홍콩 내 장악력을 확대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 시장이었던 홍콩의 입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커져 왔다. 홍콩의 사법 시스템이 점점 중국화 되면서 사업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면서 이 같은 염려는 사실로 확인된 모양새가 됐다. 최근의 대규모 시위 이후 블룸버그는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법안이 통과될 것을 예상하고 투자를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등 홍콩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사무소를 싱가포르 등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들이 이에 앞서 홍콩에서의 투자를 줄이고, 위험 대응력을 높여 온 흐름은 이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국내 6대 은행들의 올해 1분기 말 홍콩 관련 익스포저는 1년 전(2조1600억원)에 비해 14.4%(3108억원)나 줄어든 액수다. 아울러 은행들은 홍콩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경기대응완충자본 비율을 지난해 1.875%에서 올해 규정 상 최대치인 2.5%로 상향해둔 상태다. 경기대응완충자본 비율은 경기 변동성에 대비해 적립해야 하는 자본의 비중을 의미한다. 그 만큼 홍콩에서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대응을 강화해 왔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홍콩의 정국 불안정성 확산은 어느 정도 예견돼 온 사안"이라며 "중국으로의 반환과 다른 주변 신흥국들의 성장으로 홍콩 금융 시장의 매력이 떨어져 오던 와중, 정치적 우려가 확인되면서 금융 자본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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